日帝가 만든 ‘중국 스타 李香蘭’ 94세로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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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태생 일본인… 중국인 가정 입양… 日, 국적 속이며 선전영화 출연시켜
‘夜來香’ 부르며 中서 가수로 인기… 日 귀국후 18년간 자민 참의원 지내

일본인 신분을 속인 완벽한 중국인 여배우에서 시작해 일본 TV 진행자를 거쳐 국회의원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일본 여배우 야마구치 요시코(山口淑子·사진) 씨가 7일 도쿄(東京)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94세.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1920년 일본인 양친에게서 태어나 중국 만주에서 자랐다. 13세 때 부친의 중국인 친구에게 입양돼 ‘리샹란(李香蘭)’으로 개명했다. 18세 때는 중국 영화계에 배우로 입문했다. 특히 일본이 만주를 장악했던 1930, 40년대에 중국인으로 일본 선전영화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야래향(夜來香)’ ‘소주야곡(蘇州夜曲)’ 등 중국 대중 가요사에 남을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일본의 패전 뒤 그는 일본에 협력한 중국인 매국노로 재판에 회부돼 사형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가까스로 호적등본을 찾아내 일본인임을 입증했지만 추방됐다. 이후 중국에서는 그의 노래가 금지됐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와 본명으로 배우 활동을 재개했다. 1950년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의 영화 ‘추문’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1950년대에는 새뮤얼 풀러 감독의 ‘대나무집’을 비롯한 미국 영화와 뮤지컬에 출연하기도 했다.

1951년 일본계 미국인 조각가와 결혼했다가 4년 뒤 헤어지고 1958년 일본인 외교관 오타카 히로시(大鷹弘) 씨와 결혼하면서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1969년 TV 토크쇼 진행자로 복귀했고 국민적 인기를 배경으로 1974∼92년 자민당 참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 환경성 정무차관까지 지내기도 했다.야마구치 씨는 1987년 자서전을 내고 “리샹란으로 출연했던 영화를 다시 보니 정말 부끄럽다”며 선전영화에 출연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야마구치#리샹란#야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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