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폴란드서 스파이혐의 체포… ‘화웨이 보이콧’ 유럽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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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판매책임자 전격 체포되자 화웨이 “회사와 무관”… 즉각해고
스파이 행위 자체는 부인 안해… 폴란드 정부 “EU차원 공동 대응”
中매체 “양국관계 해치지 말라” 경고

세계 1위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폴란드지사 고위 관계자가 중국 정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자 폴란드가 “유럽이 중국 기업 화웨이의 시장 퇴출 여부를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미국 호주 등에서 주요 공략 시장인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요하임 브루진스키 폴란드 내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할지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나토에서 화웨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첩보 동맹을 맺어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서방 5개국(파이브 아이스) 이외에서 화웨이에 대한 공동 대응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폴란드 정보 당국은 8일 화웨이 폴란드지사 판매 책임자인 왕웨이징(王偉晶)과 프랑스 통신업체인 오랑주의 폴란드지사 소속 폴란드인 피오트르 두르바일로를 스파이 혐의로 전격 체포했고 11일 화웨이와 오랑주의 폴란드 지사를 압수 수색했다. 왕웨이징은 주폴란드 그단스크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다 2011년부터 화웨이에서 일했다. 두르바일로는 폴란드 정보 부서인 안전국의 고위 특수 요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법원은 이들에게 3개월 구류 명령을 내렸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폴란드 언론은 보도했다.

화웨이는 12일 성명에서 “왕웨이징의 혐의는 화웨이와 관계가 없고 이 직원의 행동은 화웨이의 국제적 평판에 해를 끼쳤다”며 왕웨이징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화웨이와 스파이 행위는 관련이 없다면서도 왕웨이징의 행위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스파이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폴란드는 화웨이와 왕웨이징의 혐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폴란드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폴란드에 건설 중인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폴란드는 화웨이의 중·동유럽 및 발트해 국가 시장을 총괄하는 현지 본부가 있는 중심지다. 화웨이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시장 배제 움직임에 맞서 중·동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시장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유럽에서 화웨이 배제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도 화웨이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 직원들의 사용을 금지했다. 브루진스키 장관은 “중국과 계속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중국과 폴란드의 관계 악화 가능성도 커졌다. 폴란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몇 안 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폴란드가 화웨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과의 관계에 해를 입히려 하면 가장 큰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폴란드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다”며 “폴란드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웨이징 처리와 관련해 폴란드에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하고 법에 따라 공정하고 적절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된 이후 중국은 자국 내에서 체포한 캐나다인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2일 “중국이 불공정하게 임의로 캐나다 시민 2명을 억류했다”며 “심지어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억류된 마이클 코브리그 국제위기그룹 연구원은 과거 캐나다 외교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외교부에 휴가를 낸 상태라 외교관 신분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폴란드서 스파이혐의 체포#화웨이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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