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유럽 극우, 친구인지… 적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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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 강경대처엔 한목소리… 나토 분담금 증대 등선 이해 충돌
유럽 극우, 美동맹서 탈퇴 시도… 시리아정책선 푸틴 손 들어줘

“이 방에서 만난 어떤 정상보다 우리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여러 차례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콘테 총리는 극우와 극좌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과 오성운동의 연정으로 뽑힌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이탈리아의 강력한 조치를 열렬히 환영한다”며 국가 보호주의에 동질감을 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그는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수차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실제 정책으로 들어가면 트럼프와 극우 정당의 이해관계는 곳곳에서 충돌한다.

유럽의 첫 포퓰리즘 정권이 탄생한 이탈리아에서 구체적인 갈등이 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으로 내건 기본소득 지급 외에도 국민 복지와 연금 확대, 불법 이민자 감시 강화 등으로 이미 국가 재정에 엄청난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콘테 총리는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는 더 이상 국방비를 늘릴 여유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유럽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래도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며 “2024년까지 나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호응해 왔다. 그러나 정작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최근 “나토와 관련해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는 것보다 전투 능력을 효율화하는 게 낫다”고 반기를 들었다.

유럽 극우정당들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더 친하다는 것도 트럼프와 이해관계가 다른 대목이다. 대표적인 게 시리아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4월 시리아 공습을 했다. 그러나 독일 AfD 소속 의원들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평화를 논의했다. 유럽 극우정당들이 정권을 잡을 경우 미국 중심의 동맹에서 벗어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딜레마다.

보호주의 성향끼리 충돌하다 보니 미국이 이해를 극대화시키기는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EU는 지난달 말 관세 전쟁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국산 콩을 더 많이 수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대선 당시 공약으로 “농산품에 애국주의를 적용시켜야 한다. 불공정한 경쟁의 요소가 있는 외국 농산품은 수입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트럼프#유럽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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