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大戰’ 들먹이며 나토 집단방어 조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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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만 열면 구설… 이번엔 몬테네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어 원칙을 무시하고 러시아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을 입에 올려 또다시 나토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터커 칼슨이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집단방어가 의무화돼 있다. 우리 아들이 왜 몬테네그로에 가서 방어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나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 나토 동맹국을 미국이 방어하려다가는 3차 대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를 자극한 소국 몬테네그로를 방어하려 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논리로 동맹국의 안전보다는 적국 러시아를 편드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발언이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의 집단안보 원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냉전시대 소련의 침공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몬테네그로는 매우 강한 국민이 있는 아주 작은 국가다. 그들은 매우 강하고 매우 공격적인 국민”이라며 “(침공을 받으면) 그들은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축하한다. 3차 대전이다”라고 비웃듯 말하기도 했다.

발칸반도 남서부에 있는 인구 63만 명의 소국 몬테네그로는 2006년 신유고연방에서 독립했다. 과거 소련과 동맹관계였지만 독립 후 2015년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29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는 나토가 동유럽 발칸 국가들로 세력을 넓히면서 자국을 압박한다며 몬테네그로에 정치·경제적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즉각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미국 안팎에서 반발을 일으켰다.

특히 ‘미국이 지킬 가치가 없는 나라’로 언급된 몬테네그로는 매우 격앙됐다. 란코 크리보카피치 전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이상한 대통령이다. 외교정책에 대해 이런 지식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비난했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몬테네그로를 공격하고, 나토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러시아 전문가 앤드루 와이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도 트위터에 “소국 몬테네그로가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도대체 누가 심어준 거냐”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집단안보 원칙에 의문을 던지며 3차 대전까지 언급한 것은 동맹국 홀대와 러시아 존중을 통해 기존 국제질서의 판을 흔들면서 방위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을 방어할지를 놓고 의심의 씨앗을 추가로 뿌렸다”며 “푸틴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실수를 주워 담느라 백악관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하루 뒤 이를 말실수였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18일엔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백악관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니다’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어설프게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푸틴 대통령은 19일 “미-러 관계를 방해하는 거대한 세력이 미국에 존재한다”며 “내부 권력 투쟁의 야심 때문에 양국 관계의 전진과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우리 양국은 긍정적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자평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나토 집단방어 조롱#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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