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중-러, ‘이란 핵합의 지키기’ 의기투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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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맞선 메르켈-마크롱… 24일 중국-러시아 각각 방문
美서 제재땐 투자손실 동병상련… 통상압박에도 공동전선 펼칠듯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24일 각각 중국과 러시아로 날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해 위기에 처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지키기 위해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월 말 이틀 사이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막으려 애썼으나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열흘 만에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투자하는 유럽 기업에 대한 제재도 시사했다.

한 달 사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간극은 넓어졌고 기존 이란 핵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는 중국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24일 중국에 도착한 메르켈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독일과 중국은 미국이 탈퇴를 선언했지만 기존 이란 핵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부활하면 이란 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유럽과 중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독일과 프랑스는 시리아 문제에 있어 미국과 같이 공습에 참여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감싸는 러시아나 중국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하지만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독일 프랑스의 이견으로 전선이 달라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이 러시아의 전직 스파이 독살 시도와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로 모두 뒤덮여버렸다”며 “프랑스와 유럽연합(EU) 동맹은 이란 핵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외관계기구의 타티아나 카스투에바장 러시아 센터장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갑자기 프랑스가 러시아와 이란과 같은 편이 되도록 만들면서 러시아에 기회를 줬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독일은 또한 미국의 통상 압박에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우리는 글로벌 다자주의 시스템에서 함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을 견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25일 참석하는 러시아 국제경제포럼에서는 미국발 통상 압박에 대한 국제 공조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통 관심사가 커지면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부과된 경제제재로 소원했던 프랑스와 러시아 간 경제협력도 넓어지고 있다. 23일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와 프랑스는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많은 협력사업에 대해 문서로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경제포럼에 주요 프랑스 기업인들을 대동했으며 특히 스타트업 기업을 많이 포함시켰다. 앞서 18일 러시아를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발트해를 통한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 추진의 기반을 닦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란 핵합의 지키기#트럼프#메르켈#마크롱#통상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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