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인파속 마차 타고 윈저마을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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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英 해리왕손-마클 세기의 결혼

“1983년 크리스마스였어요. 파티가 열렸죠. 나는 내 삶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을 보냈어요. 찰스는 침대를 꽃으로 가득 채웠거든요.”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1961∼1997)은 생전에 한 지인에게 “아들 해리는 사랑이 가득한 채 태어났다”며 이같이 털어놓았다. 1984년 9월 15일 오후 4시 20분, 둘째 아들 해리가 태어났다. 남편 찰스 왕세자는 해리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전화해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부터 가족은 행복하지 못했다.

다이애나는 남편과의 불화로 우울증 문턱을 오갔고, 빨간빛이 도는 머리 색깔 때문에 해리 왕손의 실제 아버지가 다이애나의 연인으로 알려진 제임스 휴잇이라는 거짓 소문이 돌기도 했다.

1997년 다이애나의 죽음은 13세 아들 해리에게 인생 최대의 충격이었다. 해리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인 찰스에게 “아빠, 엄마가 진짜 죽었어요?”라고 물었고,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카드에는 “엄마(Mummy)”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다.

해리는 1998년 형 윌리엄이 다니는 이튼칼리지에 들어갔지만 방황은 이어졌다. 해리는 이미 8세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12세에 술을 마셨다. 아버지 찰스의 50번째 생일날 당시 14세이던 해리는 술에 취해 옷을 벗고 손님들 앞을 뛰어다녔다.

18세이던 2002년부터 여러 차례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돼 마약 중독 치료를 받기도 했고 2012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여자들과 옷 벗기 당구 게임을 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영국 내에서는 ‘플레이보이 왕자’ ‘마약 왕자’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해리 왕손은 훗날 “13세 때 엄마를 잃은 이후 20년 넘게 나의 모든 감정을 닫아놓았다. 나의 일상뿐 아니라 나의 일까지 정말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실하게 복무하면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해리 왕손은 지난해 11월 메건 마클과의 약혼 사실을 어머니와의 추억이 가득한 켄싱턴궁 성큰가든에서 발표했다. 마클에게 건넨 약혼반지에는 어머니 다이애나가 남겨 놓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박혀 있었다. 해리 왕손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달 너머에서 좋아서 뛰고 계실 것 같다.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좋다. 그녀는 아마 마클과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는 18일 결혼 전 마지막 밤을 형 윌리엄과 함께 보냈다.

19일 결혼식이 열리는 윈저에는 10만 명의 시민이 몰릴 예정이다. 윈저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일반 시민 1200명과 초대된 귀빈 600명뿐이다. 낮 12시 세인트조지 성당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오후 1시부터 해리-마클 부부는 마차를 타고 25분 동안 윈저 마을 행렬을 할 계획이다. 형 윌리엄이 결혼 때 탔던 왕실 공식마차 애스콧 랜도를 탄다. 이어 세인트조지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로 리셉션이 열리고 저녁에는 아버지 찰스가 주최하는 연회가 열린다. 여기에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200명만 참석할 계획이다.

공개 때까지 비밀인 마클의 웨딩드레스가 어떤 모습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011년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 길이는 270cm로, 엘리자베스 여왕(약 450cm)이나 다이애나 왕세자빈(약 750cm)보다 짧았다. 영국 왕실 결혼식의 웨딩드레스는 길이가 긴 것으로 유명하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누구인지는 당일 알 수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전채은 기자
#영국#해리 왕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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