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집회 막아선 보스턴-베를린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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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나치추종자 500여명 집회… 시민들과 대치하다 행진 포기
보스턴 4만명 인종차별 반대 시위… 근처서 열리던 극우파 집회 조기 종료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 시위대의 유혈 폭력 시위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19일 보스턴에선 극우 시위대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와 서로를 비난했다. 같은 날 대서양 건너 독일 베를린에서도 나치를 지지하는 극우 시위대와 맞불 시위대가 부딪쳤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샬러츠빌 사태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대와 극우세력 시위대가 동시에 보스턴에 집결했다. 극우 시위대는 스스로를 ‘표현의 자유’ 시위대로 부르며 보스턴 커먼공원까지 3km 구간을 행진하며 세를 과시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 4만여 명도 검은 옷을 입고 “나치 반대, KKK(큐클럭스클랜·백인 우월주의 단체) 반대, 파시스트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일부 부상자가 나왔으나 경찰이 적극 개입하면서 큰 충돌은 피했다. 극우 시위대가 개최한 집회도 맞불 시위대의 규모에 눌려 당초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백인 우월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태를 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보스턴 시위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경찰은 강하고 스마트해 보였다. 고맙다”는 글을 썼다. 이어 “보스턴에서 심한 편견과 증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많은 시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는 곧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대서양 너머 독일 베를린 외곽에선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던 루돌프 헤스의 사망 30주기를 맞아 나치 추종자 500여 명이 독일 제국 국기를 들고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헤스가 자살했던 옛 슈판다우 교도소까지 행진하려고 했으나 인종주의 반대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1000여 명의 맞불 시위대가 “나치는 집으로 돌아가라” “당신들은 전쟁에서 졌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행진 1km 지점에서 2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나치 추종자들이 행진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백인 우월주의 불씨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18일 경질된 극우 강경파 스티브 배넌 백악관 전 수석전략가가 자신이 설립했던 극우 성향 온라인매체 브라이트바트로 복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턴 시위에 대해 언급하기 전 배넌의 극우 매체 복귀를 환영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배넌은 브라이트바트에서 터프하고 영리한 새로운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격려의 글을 올렸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배넌이 미디어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할 수 있다며 “백악관 밖에서 더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보스턴#베를린#극우집회#인종주의#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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