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에도 ‘스트롱맨’ 급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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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파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로 결선서 67% 득표… 쥐페에 압승
“세금 줄이고 노조 약화시킬 것”… FT “피용發 자유시장 혁명 시작”
내년 대선, 극우 르펜과 대결 전망

 “급진적인 충격을 약속한다. 세금을 줄이고 공무원 50만 명을 내보내고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에서 39시간으로 늘리고 노조를 약화시키겠다.”

 프랑스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이런 과격한 주장을 하는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2)가 선출됐다. 그는 27일 열린 결선투표에서 66.5%를 득표해 33.5%를 얻은 알랭 쥐페 전 총리(71)에게 압승했다.

 선거 결과는 프랑스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프랑스는 1990년대 유럽 전역에 민영화 바람이 불었을 때도 친(親)노동, 친사회주의 성향을 고수했던 나라다. 지금도 프랑스 정부는 81개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 그런 프랑스에서 대놓고 신자유주의의 대명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신봉한다며 “나는 친경쟁, 친기업주의자”라고 외치는 후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에서 피용발 자유시장 혁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당장 노조들은 “피용의 계획이 시행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피용 전 총리는 최근 FT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바로 시행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피용 전 총리는 ‘스트롱맨(strong man)’ 리더다. 학교 교복을 부활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프랑스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한다. “프랑스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며 이슬람 수영복인 부르키니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강조할 만큼 테러에도 아주 강경하다.

 국가 부채 2조2959억 유로(약 2870조 원), 실업률 10%에 허덕이며 유럽의 주도권은 독일에 뺏기고 계속된 이슬람 난민 유입으로 정체성까지 흔들리자 프랑스 주류들이 ‘톨레랑스(관용)’ 대신 스트롱맨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백인 주류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사회조사기관 엘라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피용 전 총리의 주요 지지층은 남성, 지방 거주자, 고령자이다. 베르사유대 로랑 부베 교수는 FT 인터뷰에서 “지방에 사는 중산층들은 ‘위대한 프랑스’를 외쳤던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있다”며 “그들은 니콜라 사르코지(공화당)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회당)이 국가 이미지를 너무 약화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용 전 총리는 지금도 자동차 경주 코스에서 스포츠카를 몰고 산악 등정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다. 1981년 27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해 프랑수아 미테랑과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5차례 장관을 역임했고, 사르코지 정부에서는 2007년부터 5년간 총리를 지냈다. 시라크 재정 비리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았던 쥐페 전 총리나 각종 성추문과 부패 스캔들이 많았던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달리 도덕적 결함이 없다.

 중도 우파 후보 피용 전 총리는 결선투표에서 극우파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48)와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공화당 경선은 400만 명이 투표하지만 대선은 3600만 명이 투표한다”며 “사회주의자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게 피용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 23일 실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5월 7일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한 대선 모의 조사에 따르면 피용 전 총리는 결선투표에서 르펜 대표를 배 이상의 득표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스트롱맨#리더십#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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