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한진해운-현대상선 인수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블룸버그, 英 투자은행 분석 보도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영국 투자은행(IB)의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선박 등 일부 자산 인수는 가능할지 몰라도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은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

 영국 IB 제퍼리스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커스턴스는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블룸버그가 보도한 인터뷰 기사에서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커스턴스는 “머스크는 해운시장의 리더로서 분명히 합병에 참여할 것이고, 그래야만 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한데, 머스크는 인수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유일한 선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가 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며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주 머스크를 보유한 덴마크 최대 복합기업인 AP 묄러-머스크의 미카엘 프람 라스무센 이사회 의장이 “앞으로는 대형 선박을 발주하기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머스크는 그동안 초대형 선박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세계 해운시장을 이끌며 ‘운임 치킨게임’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해운 서비스 공급량이 많아져 운임이 지나치게 떨어지자 더 많은 배를 공급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원래 있던 회사나 배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머스크는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함께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을 구성하고 있다. 원래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주도해 새로 결성한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다 난관에 부닥쳤는데 머스크의 제안으로 현재는 2M 가입이 확정된 상태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가 현대상선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현대상선을 2M에 받아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유럽노선이 강한 머스크는 점유율 8% 정도로 3위에 불과한 미주노선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미주노선에 강점이 있는 한국 선사의 영업권이나 선박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원론적인 분석일 뿐, 대규모의 M&A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단 한진해운의 경우 회생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을 주로 운항하는 중소형 선사가 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아예 청산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머스크가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 채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인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머스크가 얻는 것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는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터여서 자산을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이 작은 상황이다. 또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사실상 유일한 국적선사 역할을 해야 할 현대상선의 자산을 외국에 넘길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이에 세계 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일본 K라인(세계 15위)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머스크#한진해운#현대상선#인수#덴마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