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바이엘 “몬산토 사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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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액 최대 75조원 달할 듯… 성사땐 독일 역대 M&A 신기록
시장은 부정적… 바이엘株 7%대 폭락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학·제약회사 바이엘이 115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종자 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670억 달러(약 80조 원)의 세계 최대 종자·농화학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두 업체의 세계 농화학시장 점유율은 32%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몬산토 인수 금액이 최대 63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산토의 시가총액은 443억 달러지만 바이엘 측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미엄을 얹어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금액으로 따지면 1998년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사면서 낸 386억 달러를 넘어서는 독일 최대의 인수합병(M&A) 기록이다.

바이엘은 19일 “합병을 통해 회사를 혁신적인 생명과학 회사로 성장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통합 농화학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몬산토도 바이엘의 인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몬산토는 경영권 매각보다 통합 농화학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수 추진 발표 당일 바이엘 주가는 7.74%나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가총액 739억 유로(약 99조 원)의 바이엘이 몬산토를 무리해서 인수하면 지나친 부채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엘의 순부채는 지난해 174억5000만 유로로 2011년의 70억 유로에서 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 바이엘이 미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유럽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하면 4개월 안에 세계 1, 2위의 종자기업이 모두 매각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2월 중국의 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는 몬산토의 경쟁 회사이자 세계 2위 종자업체인 신젠타를 430억 달러에 사들였다. 최근 풍작으로 곡물 가격이 크게 떨어져 종자업체 주가도 급락한 것이 매각의 원인으로 꼽힌다. 곡물 가격 하락은 농화학업체들의 합종연횡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1, 2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으로 자산가치 1300억 달러의 거대 공룡 화학기업이 탄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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