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깬 英여왕 “스코틀랜드 독립 신중히 생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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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적 반대… 18일 주민투표 변수로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그동안 중립을 지키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사진)이 처음으로 우회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왕은 14일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 인근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만나 “나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여왕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준 발언은 아니지만,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영국의 오랜 유대를 단절하는 문제를 두고 신중히 생각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왕의 보기 드문 정치 분야에 대한 개입”이라고 평했다.

그동안 집권 보수당은 여왕에게 직접 분리 독립 반대 의견을 밝혀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하지만 버킹엄궁은 “왕실이 정치에 관여해선 안 되며 엄정한 중립을 지키는 것은 영국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원칙”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현재 찬반 여론이 초박빙이어서 여왕의 발언은 18일 투표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왕은 혈연적으로도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후손이어서 스코틀랜드에서 인기가 높다.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독립백서’에서 독립을 하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스코틀랜드 여왕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여왕은 1977년에도 분리 독립에 반대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던 당시, 재임 2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여왕은 “지역의 열망을 이해하지만 내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아일랜드를 합친 영국의 여왕으로 즉위했다는 것을 잊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코틀랜드#엘리자베스 여왕#웨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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