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방위 압박에… 캐나다, 화웨이 부회장 보석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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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캐나다 前외교관 보복성 억류… 加기업과 주요 거래서명 연기
美엔 車관세 인하-곡물 수입 약속… ‘제조 2025’ 변화 가능성도 시사

11일 캐나다 법원의 보석 허용 결정으로 풀려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 캐나다 CTV 캡처
11일 캐나다 법원의 보석 허용 결정으로 풀려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 캐나다 CTV 캡처
중국이 멍완저우(孟晩舟·46)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캐나다에 초강경 압박을 펼치며 강경 대응하면서 정작 캐나다에 멍 부회장 체포를 요구한 미국에는 미중 무역갈등 관련 요구를 들어주며 협상을 본격화하는 화전 양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은 11일 미중 무역전쟁 휴전의 악재로 떠올랐던 멍 부회장 체포와 관련해 보석금 1000만 캐나다달러(약 84억5000만 원)와 전자감시 장치 발목 착용 등을 조건으로 멍 부회장의 보석을 허용했다. 보석에는 밴쿠버에만 머물러야 하는 등의 16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중국은 보석 허용 결정 하루 전인 10일 밤 캐나다 외교관 출신 마이클 코브리그를 베이징(北京)에 억류했다. 억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이 보복성으로 코브리그를 억류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멍 부회장이 1일 체포되자 주중 캐나다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이고 모든 책임을 캐나다가 져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후 중국 측은 캐나다 기업들과의 주요 거래 서명을 잇달아 연기했다. 캐나다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과정에서 한국에만 각종 보복성 제재를 집중한 중국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캐나다 법원은 이날 멍 부회장의 보석 이유를 밝히면서 “미국이 아직 멍 부회장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고 정식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이 아직 신병 인도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향후 협상카드로 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역대 최대의 무역 합의가 이뤄지는 것에 좋고 국가 안보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멍 부회장 수사에)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화웨이가 자랑스럽고,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와는 별개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워싱턴 시간으로 10일 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4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류 부총리는 이뿐 아니라 대두 등 미국산 곡물 수입 증가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두는 중국이 무역전쟁 초기부터 관세를 인상한 무기였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압박 해소에 대해서도 해결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정부 지원을 통해 자국 첨단기술 산업을 2025년까지 세계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것) 계획에 대해서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중국 해커에 대한 기소 등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예정이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중국#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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