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문화교류 위한 다리 놓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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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문화훈장받는 중국 현대예술가 한메이린

중국의 국민화가, 중국 미술의 국보, 중국의 피카소. 중국 현대예술가 한메이린(韓美林·82·사진)에게는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메이린은 24일 한중 문화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국인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훈장을 받을 예정이다. ‘한중 문화교류의 산증인’이라는 수식어를 더하게 된 셈이다.

11일 베이징 퉁저우(通州)구에 위치한 한메이린예술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훈장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문화훈장을 받게 돼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 문화 교류가 여전히 많이 부족한데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메이린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국 문화예술계 및 정부 인사들과 두루 교류를 이어왔다. 특히 최장수 주중 한국대사(2001년 10월∼2008년 3월)를 지낸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71)과 인연이 깊다. 김 전 장관이 주중 대사로 재임 중이던 2002년 한메이린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청동 조각 작품 ‘봉황’을 한국 정부에 기증했다. 당시 기증 과정에 대해서 한메이린은 “김 대사와 상의한 끝에 양국에 모두 의미가 깊은 봉황이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프랑스가 미국에 자유의 여신상을 보낸 것처럼 국가 간 예술작품을 주고받는 교류가 한중 간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8월 한중 수교 25주년으로 열린 중국 화가 치바이스 전시회에서 한메이린은 당시 닭의 해를 기념해 만든 조각 작품과 자신의 전시도록을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 당시 김 여사는 베이징 한메이린예술관을 방문했고, 올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메이린의 개인 전시회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메이린은 지난 한국에서의 전시회를 회상하며 한국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메이린은 “판다 작품을 특히나 좋아해준 어린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한 아이가 나에게 ‘성이 한(韓)이니까 한국사람’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메이린은 앞으로 한국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한국 학생들을 제자로 받아 한중 문화 교류를 위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한메이린은 “같은 동양문화권에 속한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간 교류를 이어온 만큼 문화 공감대를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문화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빠르고 쉽게 양국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메이린은 중국 현대예술의 거장으로 서화, 현대미술, 조각, 도예, 그래픽디자인 등 다방면에 걸쳐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마스코트 ‘푸와’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중국국제항공 항공기에 담긴 봉황 로고도 직접 제작했다. 최근에는 2019년 기해년 돼지해 기념우표 디자인을 맡았다. 중국 미술계 인사로는 최초로 2015년 10월 유네스코로부터 ‘유네스코 평화예술가’라는 칭호를 공식으로 받았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중국 현대예술가#한메이린#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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