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가에 성폭행 당했다”… 中, 다시 불붙는 ‘미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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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등 SNS 통한 폭로 이어져… 언론계-학계-재계 등으로 급속 확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만 10명 남짓
中당국 검열조치… 연관 검색어 차단

중국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공익활동가 레이촹(雷闖·31)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나선 것을 시작으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만 10명 남짓이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 중에는 과거 ‘천재 소녀 작가’로 유명했던 장팡저우(蔣方舟·29) 씨도 포함돼 있다.

미투 운동은 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위챗(중국 대표 메신저)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성명을 밝히지 않은 여성 A 씨(23)는 웨이보를 통해 “2015년 공익활동 중 레이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내 B형 간염 보유자에 대한 차별 대우 철폐 운동을 벌였던 레이 씨는 ‘B형 간염 투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중국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인 핑융펑(馮永鋒), 커뮤니케이션 민주화 운동을 펼친 위안톈펑(袁天鵬) 씨 등도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됐다.

미투 움직임은 언론계와 학계, 재계 등으로 확산됐다. 언론인 장원(章文·44) 씨로부터 5월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글이 25일 위챗에 올라왔다. 곧이어 작가 장팡저우 씨도 과거에 장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미투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중앙(CC)TV 인턴 시절 유명 사회자인 주쥔(朱軍·54)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글까지 올라와 파장은 커졌다. 주 씨는 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의 사회를 맡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피해 여성은 당시 공안(중국 경찰)에 신고했지만 공안은 도리어 “주쥔이 춘완 사회자로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해 사건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신고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신푸교육그룹 신리젠(信力建·62) 회장, 작가 장츠(張弛·58), 언론인 쑨몐(孫冕·65) 씨 등도 미투 운동이 재점화된 이후 가해자로 지목됐다.

중국 내 미투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베이징 항공대 출신 뤄첸첸(羅茜茜) 박사는 대학시절 지도교수로부터 당한 성폭행 사실을 올해 초 웨이보를 통해 폭로했다. 폭로 대상자였던 천샤오우(陳小武·46) 교수는 추가 폭로까지 나오면서 결국 파면을 당했다. 하지만 대학가와 학계로 확산되던 중국 내 미투 운동은 중국 정부의 검열 등으로 수그러들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 당국이 검열을 통해 재점화한 미투 운동의 확산을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등 외신은 “미투 운동의 전파를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는 이미 검열에 나섰다”며 “여성들의 폭로가 시작된 뒤 ‘#Me too’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금지하고 일부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다소 줄었지만 위챗, 웨이보 등 SNS에는 미투 운동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에선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 여성들의 폭로에 대해 용감한 행동이라는 응원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유명해지기 위한 것 아니냐’ ‘양손이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등 미투 운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아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중국#미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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