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항총국 ‘하나의 중국’ 압박… 국내 항공사 ‘동북아’ 표기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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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홍콩-마카오, 中에 포함 표기”, 中 민항총국 4월 항공사들에 요구
대한항공-제주항공 ‘동북아’ 신설… 中-日-대만-홍콩-마카오 포함시켜
티웨이는 지역 대신 거리로 구분

중국 정부가 글로벌 주요 항공사에 대만, 홍콩, 마카오를 중국과 별개 국가로 표기하지 말라고 압박하자 국내 항공업계가 대응에 나섰다. ‘동북아시아’ 카테고리를 만들어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항공권 검색 및 발권 편의를 고려하면서 정치·외교적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지난달 24일부터 동북아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를 모두 집어넣었다. 원래 대한항공은 홍콩, 마카오는 ‘중국본토·홍콩·마카오’ 카테고리에, 대만은 ‘동남아시아’ 카테고리에 편입해 관리했다. 진에어도 지난달 28일부터 동북아 카테고리를 만들어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앞서 중국 민항총국은 4월부터 자국에 취항하는 외항사들에 ‘하나의 중국’ 기조를 유지하라며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별도 국가가 아닌 중국으로 포함시켜 표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국내 항공사들은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요청하는 등 고민에 빠졌다.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대만, 홍콩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국 ‘동북아시아’ 카테고리 신설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중국대륙·홍콩·마카오·대만’ 카테고리를 쓰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동북아 카테고리를 발권에 반영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작업을 이달 중순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홈페이지 운항 노선 소개에는 대만, 홍콩을 동북아로 구분해 놨다.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도 동북아 카테고리 도입을 검토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지역이 아닌 거리로 나눠 구분하는 묘수를 뒀다. 대만, 중국, 홍콩 노선을 ‘아시아중단거리’ 카테고리에 넣은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압박도 부담이고, 요구대로 수용하는 것도 부담”이라며 “동북아로 묶어버리는 것이 고객의 검색 편의에도 좋고 각종 논란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명백하게 대만, 홍콩 등이 중국 본토에 들어가는 표기를 해달라는 취지라며 동북아 표기를 꼼수로 규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글로벌 항공사에 표기 수정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항공사만 중국의 요구를 외면했지만 5일 호주마저 백기를 들었다.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호주 항공사도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항공사는 지난달 백악관이 “미국은 중국이 민간 기업들의 공개 자료에 정치적 성격이 있는 특정 용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려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데 따라 카테고리 개편을 거부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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