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안에 부는 전쟁론… 차이잉원 “中의 대만 무력통일 배제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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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

중국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 S-400. 사거리가 400km에 이른다. 대만은 ”대만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스푸트니크
중국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 S-400. 사거리가 400km에 이른다. 대만은 ”대만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스푸트니크
“누구도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2일 밤 한 대만 방송사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양안(중국-대만) 문제는 이미 단지 양안 간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제”라며 “(중국 지도부가) 이성적 정책 결정자라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옵션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중국은 이미 분명히 대만 공격을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차이 총통은 “이성적 정책 결정자는 (무력 공격할 경우의) 비용을 계산해 봐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 역시 17일 브리핑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한 기자가 ‘최근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목소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하자 “주요 원인은 대만에서 갈수록 형형색색의 대만 독립 분열활동이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만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대만 독립활동이 중국을 분열시키는 상황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 “대만 무력통일, 농담 아니다”

대만 무력통일론은 중국과 대만 국민 간 감정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과 가까운 남부전구(戰區) 등에 공중돌격여단을 창설한 사실이 7일 처음 공개됐다.

그러자 일부 중국 매체들이 “공격형 헬기 등으로 무장한 공중돌격여단이 1시간 안에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에 상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만 군사평론가 쑹자오원(宋兆文)은 “레이더에 즉각 포착돼 대만에 상륙하는 즉시 전부 파괴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쑤쯔윈(蘇紫雲) 단장(淡江)대 교수는 13일 타이베이 강연에서 “미사일 1000기로 중국 공항 30여 곳을 봉쇄할 수 있고 그러면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부 지역의) 싼샤(三峽)댐을 폭파하기 위해 미사일 몇 기가 필요하냐’는 청중의 질문에는 “2기면 족하다”고 답변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대만군은 싼샤댐을 폭파시킬 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리커신(李克新) 주미 중국대사관 공사는 지난해 12월 8일 강연에서 “(미국이 자국 군함이 대만에 정박할 수 있다는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한 것에 대해) 나는 미국 친구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이 반(反)분열국가법(대만 독립활동 등 대상)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미국이 군함을 대만에 파견하면 바로 반분열국가법을 발동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군함이 대만 항구에 정박하는 날이 우리 군이 대만을 무력통일하는 날이 될 것”이라며 “이는 결코 농담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덩위원(鄧聿文)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고급연구원은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2020년에 대만을 무력통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中 공군기, 지난해만 23차례 대만 포위 비행

대만이 최근 사거리를 60km에서 100km로 늘려 전투기에 장착한 방공미사일 텐젠(天劍)-2. 대만 일부 매체는 이 미사일로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을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대만이 최근 사거리를 60km에서 100km로 늘려 전투기에 장착한 방공미사일 텐젠(天劍)-2. 대만 일부 매체는 이 미사일로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을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중국과 대만 간 실제 군비 경쟁도 가속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대규모 비용을 투입해 양안 군사력 균형을 깨뜨리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에만 중국 공군기가 23차례 대만을 휘감아 비행하는 등 대만 인근에서 훈련했고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도 2차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지나갔다.

대만은 중국이 최근 지대공 미사일 S-400을 배치한 의도를 우려하고 있다. S-400은 사거리 400km, 최고 비행고도는 185km에 이른다. 대만 매체들은 “대만 전역을 사거리에 둘 수 있어 대만 공군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도 이에 맞서 새 미사일경보시스템을 도입하고 방공 미사일인 톈젠(天劍)-2의 사거리를 60km에서 100km로 늘려 대만산 전투기 IDF에 장착했다.

○ 중국, 대만 통일해 태평양 진출?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론은 △세계 최강국을 목표로 한 중국의 군사굴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극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대만 주권을 강조하는 차이잉원 정권 출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출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미중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벌이는 전략패권 경쟁의 하나라는 것이다.

미국은 하원이 이달 초 미국과 대만 간 고위층 공식 교류를 재개하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12월에는 미 군함의 대만 항구 정박을 추진하는 국방수권법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에서 벗어나려는 신(新)남방정책을 추진 중인 차이 총통은 22일 대담에서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없다. 협상을 위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대만 통일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2050년까지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뒤 부쩍 대만 통일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류쥔촨(劉軍川)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연락국장은 지난해 12월 25일 공산당 기관지인 쉐시(學習)시보 기고에서 “조국의 완전 통일은 우리 당의 신시대 역사적 임무다. 조국통일을 실현하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시 주석의 중국몽(夢)에 따라 중국의 대미 군사 방어선이자 한계선이었던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대만 무력통일론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BBC 중문판에 따르면 대만군은 중국이 제1열도선을 넘어 일본 오가사와라제도∼남태평양 팔라우를 잇는 제2열도선까지 넘어서려 한다고 보고 있다. 린위팡(林郁方) 대만국가정책연구기금 회장은 “중국의 제1열도선 돌파는 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 세계 군사대국의 지위를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일으키면 중국 역시 경제와 아시아 내 지위 등에서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차이잉원.양안.중국#대만#전쟁론#무력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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