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조직 신설… 현대車, 中시장 위기돌파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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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출신 담도굉 中법인 대표
물러난지 10개월만에 전격 복귀

제품개발 전담본부도 만들어
현지에 특화된 차량 개발 총력

중국 창저우시에 있는 베이징현대 4공장. 8월 하순 이곳을 포함해 베이징현대의 공장 4곳이 부품 공급 차질 사태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을 정도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사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중국 창저우시에 있는 베이징현대 4공장. 8월 하순 이곳을 포함해 베이징현대의 공장 4곳이 부품 공급 차질 사태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을 정도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사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중국 사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중국 법인의 수장을 10개월 만에 교체했다.

3일 현대차는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최고 책임자인 총경리로 담도굉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사진)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담 부사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베이징현대 총경리였다. 담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개월 만에 다시 구원투수로 복귀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담 부사장은 지난 10개월간 한국에서 중국사업을 챙기는 역할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 위기에 빠진 현대차로서는 그룹 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통하는 담 부사장이 실적 회복을 견인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교인 그는 현대차 베이징사무소장 등을 지내며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차 중국 사업에 관여해 왔다.

현대차가 중국 법인 책임자를 교체한 데는 위기 극복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말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기존 연구개발본부에 속했던 중국기술연구소가 중국사업본부와 합쳐진 형태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전담 조직을 두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특정 지역에 특화된 별도의 제품 개발 조직을 만든 건 처음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 중국 시장은 독립된 개발 조직을 두기에 충분한 곳이고 회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판매량 급감이 정점에 달한 6월에는 100여 명 규모의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같은 달 현대차는 폴크스바겐그룹에서 10년간 중국 전용 자동차의 디자인 개발을 총괄했던 사이먼 로스비를 영입했다. 즉, 6월부터 중국 위기 극복을 위한 TF 가동을 시작으로 중국에 특화된 ‘디자이너 영입-개발 조직 신설-경영자 교체’라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처방도 필요하지만 연구개발 확대라는 근본적인 전략 실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7월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5.5% 감소했다. 중국 실적 저하에 따른 위기는 동반 진출한 1, 2차 부품사들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부품사들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치 대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1차 부품사로 베이징에 공장을 둔 A사 대표는 “대금을 못 받으면서 재무 상태가 안 좋아지자 은행들도 대출을 꺼리고 있어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금융회사들의 ‘비 올 때 우산 뺏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노조 측이 승리한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부품사들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부품협력사들은 국내에서도 현대·기아차 본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협력업체 사이에선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현대·기아차로부터 납품대금 인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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