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보복 놔두겠다”는 中… 김정은, ‘고립과 자멸’ 택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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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도 “북한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사흘째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북한이 어리석게 행동한다면 이제 군사옵션이 완전히 준비됐고 장전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 대규모 군중집회가 이어지고 간부들에겐 비상대기 태세가 발령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미국령 괌을 공격해 미국의 보복을 초래해도 중국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북-미 간 대결로 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나온 환추시보의 ‘중립론’은 더는 경거망동하는 북한의 보호자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6·25전쟁 때 같은 군사적 지원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물론 환추시보는 미국과 한국이 먼저 군사적 공격에 나서 북한 정권의 전복을 기도한다면 이 역시 결연히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쪽의 공격도 반대한다는 양비론(兩非論)일 수 있지만 작금의 위기를 만든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괌 타격 같은 무모한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독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한과는 선혈(피)을 나눈 관계를 맺어왔다”며 지금도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북한을 감쌌다. 북-중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에도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통한 보호 의무가 규정돼 있다. 하지만 환추시보의 논지는 미국의 무력공격을 자초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는 조약상 의무와 관계없이 북한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환추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의 자매지로서 중국 지도부의 속내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매체다. 환추시보는 5월에도 “북한의 핵 보유는 중조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 위반”이라며 북한에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간 중국의 경고는 늘 말에 그친 게 사실이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며칠만 잠갔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감히 무모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의 괌 타격 이후 미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북한이 직면하게 될 참혹한 운명은 중국의 미래에도 암운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어제 환추시보의 경고는 이런 급박한 상황 인식에서 나온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김정은도 이젠 생존을 의탁할 ‘비빌 언덕’마저 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자멸의 길에서 벗어나 살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미국도 아직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시진핑#북한 미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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