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할 힘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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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문재인 대통령 ‘냉엄한 4강외교’ 토로

G20 이후 첫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 보고를 겸한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 혹은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G20 이후 첫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 보고를 겸한 이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 혹은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 무대에 데뷔한 소회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성과를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국무회의에서 냉엄한 현실을 지적하고 외교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모든 나라로부터 지지받았고, 북핵 문제가 G20의 의제가 아님에도 우리의 의제로 국제적 공감대를 조성한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성과에도 아직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방안에 국제사회가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다른 정상들의 공감을 얻고도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 제재에 대한 의장성명을 이끌어 내지 못한 외교력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떼었다”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선언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위기감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보한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의 협력과 동참을 이끌어 내려던 목표가 난관에 부딪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G20 회의 기간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 시작 후 15분간 경직된 태도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강변하며 기 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일방적인 발언을 마치자 문 대통령은 역사 얘기를 꺼내 회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중국 대륙과 한반도가 사이가 좋을 때 양측이 모두 상생 발전했다”며 통일신라와 당, 고려와 송, 세종 초기 조선과 명을 거론한 것이다. 민감한 현안을 놓고 직접 부딪히기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 주석에게 큰 틀에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한-러 정상회담에서 책 한 권에 육박하는 수첩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20분가량 각종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처럼 한반도 문제를 자국 중심으로 풀려는 4대 강국과의 첫 대면에서 느낀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한국의 독자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 중국과의 북핵 외교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방문에서 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당장은 멀어 보이지만 우리가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해 가야 할 방향”이라며 “북한이 선택할 길도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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