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종대]‘중국의 만델라’ 류샤오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지난달 하순 가석방돼 입원 치료 중인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62)의 임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막아온 가족 면회를 허용하며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 직전 해외 의료진의 접견을 허용했던 중국 정부는 회담이 끝나자마자 류 씨의 해외 치료 요청을 거부했다. 이송의 안전을 우려했다지만 실제로는 해외의 반체제 활동에 불을 지를까 우려했을 것이다.

▷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에 가담했다가 반혁명선전선동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엔 공산당 독재를 비판하는 ‘08헌장’ 서명을 주도했다가 징역 11년을 선고받는 등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17년 가까이 수감 또는 가택연금되거나 노동교화소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2010년 감옥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 씨는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만델라’로 불린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 중국 밖에서는 그의 임종을 앞두고 대대적인 평가와 보도가 이어지지만 중국 내에서는 단 한 줄의 보도도 없다.

▷대부분의 반체제 인사들이 당국의 탄압이 두려워 해외 망명을 택했지만 그는 끝내 중국에 남아 투쟁했다. 중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였던 팡리즈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도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탈출했다. 하지만 그도 부인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가 해외 치료를 원한 건 자신 때문이 아니라 10년째 가택연금 상태인 부인 류샤(劉霞·56)를 위해서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국에서 사회 불만으로 일어나는 집단시위는 연간 18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는 매일같이 무장독립투쟁이 일어난다. 대중이 모르는 사이에 투옥, 수감되는 인사가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류 씨가 평생 외친 것은 자유 인권 평등 민주 법치였다.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기본이자 진리의 어머니”라며 언론자유를 강조했다. 이런 인류 보편적 가치조차 수용 못 하는 중국이 세계 지도국가로 갈 길은 멀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
#류샤오보#톈안먼 사태#중국의 만델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