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러, 대북제재 결의 거부해도… 우린, 우리 길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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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헤일리 대사, 안보리서 6분 초강경 발언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며, 머뭇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5일(현지 시간) 붉은 정장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장에 나타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오늘은 어둠의 날(dark day)’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6분간 강경한 어조로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규탄하고 새로운 대북 제재의 채택을 촉구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 사용과 강도 높은 경제 제재 가능성을 모두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 비공개 협상 건너뛰고 공개회의 직행

이날 긴급회의는 비공개 협상 없이 곧바로 공개회의로 진행됐다. 만장일치의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에서 필요한 비공개 사전 협상 없이 공개회의로 직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엔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사태를 핵실험에 버금가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실험을 “위험할 뿐 아니라 무모하고 무책임했다” “분명하고 첨예한 군사적 긴장 행위” “핵무기로 한국 미국 일본 도시를 공격하려는 의도” 등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북한 최고층에도 칼끝을 겨눴다. 헤일리 대사는 “(ICBM 발사 실험은) 젊은 (미국) 대학생인 오토 웜비어를 식물인간 상태로 부모에게 돌려보낸 악의적인 독재자가 저지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꼭 해야 한다면 무력을 사용하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며 발언의 상당 부분을 중국을 압박하는 데 썼다.

○ 미국과 중·러 정면충돌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대북 군사 수단은 옵션이 아니다”라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역내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역공을 펼쳤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제재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중국 편에 서서 미국에 맞섰다.

헤일리 대사는 회의 막판 “만약 북한의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새 제재 결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된다. 새 대북 제재 결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길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대북 독자 제재도 미국의 선택지에 들어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제재 이행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과 북한 간의 무역이 지난 1분기에 40%나 증가했다. 중국이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게 만만치 않지만 우리는 시도해야 했다”며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해 ‘공수표’만 날리고 있는 중국을 비난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대중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변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간다면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카드는 단 하나, 세컨더리 보이콧뿐”이라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도 이날 중국을 겨냥해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며 북한과 무역을 하려는 국가들이 미국과 무역을 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정권에 유입되는 자금과 군사 및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원유 지원 차단, 항공 및 해운 제한, 북한 고위층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거래한 국가와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헤일리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은 엄격하게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고 있고, 특정 국가가 국내법을 통해 다른 국가에 간섭하는 것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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