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견제 나선 中… ‘대만 외교고립’ 전술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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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원칙 거스르자 WHO 연차 총회 참석 무산시켜
환추시보 “무릎 꿇고 반성하라”

중국의 방해로 대만이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사진) 총통 당선 이후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된 결과다. 대만의 WHA 참석이 무산된 것은 2009년 옵서버로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9일 홍콩 밍(明)보와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은 22∼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연차 총회인 제70차 WHA 초청장을 마감일인 8일까지 받지 못했다.

중국은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이듬해인 2009년부터 대만이 WHA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것을 양해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이 중국이 중시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킨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대립각을 세우자 옵서버 참석을 막은 것이다. 대만은 WHA 초청장 발송 마감을 앞두고 천스중(陳時中) 위생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제네바 WHO 본부로 보내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안펑산(安峰山) 대변인은 8일 “대만이 올해 WHA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모두 민진당의 책임이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환추시보도 9일 사설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은 아예 참석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은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의 WHA 총회 참석 무산은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이 진행해 온 ‘대만 외교 고립화’의 일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인구 19만 명의 아프리카 소국인 상투메가 대만과 단교한 지 6일 만에 국교를 맺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2013년 대만과 단교했던 감비아와 다시 국교를 맺었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줄곧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바티칸과도 수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주교를 누가 임명할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가 성사될 경우 대만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차이잉원#중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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