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전복만 아니라면’… 中, 대북압박 마지노선 美에 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교 안보]中관영언론, 선제타격 용인 시사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22일 사설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에 중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선언한 것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중국 정부가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환추시보는 남북 간에 안보 현안이 발생할 때는 한중 관계보다는 북-중 동맹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둬 온 우익 성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신문은 이날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나 나서주기를 희망하나’라는 사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1961년 7월 체결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따른 군사지원 의무 제공 조항에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게 협박해서라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진전을 막아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긴박한 상황 판단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달 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 때문에 외부의 군사 공격을 받아도 중국이 방어해 줄 의무가 없다”는 중국 외교 및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조약에는 ‘전쟁 시 군사적 지원을 제공(2조)’하는 내용이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쌍방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1조)’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상황이 온다면 중국은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며 최근 들어 세 차례나 ‘원유 공급 중단에 찬성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그럴 경우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축소할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침략해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할 경우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추가 도발에 대한 중국의 압박에 강력히 반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정필’이라는 명의의 논평에서 “만일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그 누구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서 경제 제재에 매여 달린다면 우리의 적들로부터는 박수갈채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후과(后果·뒷감당)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우리가 그 누구의 경제 제재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저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고려해 봐야 한다느니,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 부흥에 필요한 지지와 방조를 제공할 수 있다느니 하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논평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우리 주변국’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중 관계를 고려해 직접 북한 당국 명의로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전례없이 강도 높게 베이징을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실제로 어느 정도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행하느냐다. CNN은 21일 “북한 선박 6척이 20일과 21일 허베이(河北) 성 탕산(唐山) 시 징탕(京唐) 항에 입항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 조치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월 19일부터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신나리 기자
#북핵시설#타격#북한#중국#군사개입#경고#동맹국#환추시보#미국#선제타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