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제 목소리만 낸 트럼프-시진핑… 美, 독자행동 채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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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회담 ‘빈손’]공동성명-기자회견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중국이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거나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두 스트롱맨의 북핵 정상회담이 사실상 아무 성과 없이 끝나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초강경 대북, 대중 압박으로 북핵 정책의 방향타를 잡았다는 것이다.

두 정상이 회담 후 “엄청난,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트럼프)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시 주석)고 말했지만 이는 외교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CBS 방송은 “두 정상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만남(get to know each other meeting)”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방문 초청을 수용했고 올해 안에 답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에서 볼 수 있듯, 북핵 위협이 임박(imminent)했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 대중 제재, 더 나아가 군사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또는 동시에 검토하는 속도전식 압박 프로세스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 등으로 본 트럼프의 대외정책 독트린은 ‘독트린을 따르지 말라(Don‘t Follow Doctrine)’는 것이라고 8일 분석했다. 기존 신념이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상대 국가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해 혼란에 빠뜨리는 것, 그러면서도 동맹국의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등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인 8일 핵항모인 칼빈슨함을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 급파하고, 백악관이 최근 마무리한 대북 구상에 김정은 참수 작전과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등 군사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미 NBC 방송을 통해 흘린 것도 트럼프 독트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대북 군사행동과 관련해 스파이서 대변인은 “시리아 공습은 단순히 시리아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등) 전 세계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리밍(華黎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초빙연구원도 “시리아 공습은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뤼차오(呂超) 랴오닝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핵 반격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군사적 무력시위를 제외하고 중국을 겨냥한 압박의 핵심은 북한의 돈줄을 끊기 위해 이들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및 기업에 전방위적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는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7일 회담 후 브리핑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무부는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통신장비기업 ZTE에 11억7000만 달러(약 1조33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런 조치가 바로 불법 행위 엄벌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점을 중국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결심만 선다면 언제든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중국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미 재무부는 북한을 겨냥한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두 정상은 북핵과 통상 이슈 외에 남중국해 영유권 이슈와 해킹 등 사이버 이슈,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 “(항행의 자유를 규정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스파이서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오바마 정부 때와 비슷한 기조다. 사이버 이슈 등에 대해선 미중 간 각료 회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관심이 컸던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이견도 크고 남중국해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사드는 입장의 상이함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중국 앞에서 미국도 사드 보복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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