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만 끼고 중국 뺨친 美 트럼프… 동북아 변화 주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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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2일 전화 통화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미국에 항의하고 나섰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은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측은 “양측이 긴밀한 경제, 정치, 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혀 단순한 당선 축하 이상의 대화를 나눴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발끈하면서 미중 간에 냉기류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지만 트럼프는 2일 트위터에 “미국이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팔고 있는데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건 흥미롭다”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 4일엔 다시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거나 우리 제품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 군사시설을 만들었을 때 문제가 없겠느냐고 우리에게 물어봤느냐”며 반격했다. 취임 후 미중 관계의 재정립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메시지다.

 트럼프 진영에선 대중(對中)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이 국무장관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 참모인 스티븐 예이츠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6일부터 닷새간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도 중국의 환율 조작, 불법 수출보조금 지급, 대미 무역 흑자 등을 문제 삼으며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압박에 중국이 그냥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 통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등을 놓고 충돌했던 미중의 대립이 격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트럼프가 중국을 떠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면 중국은 북한을 껴안는 카드로 응수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되면 두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은 원치 않는 선택을 요구받을 개연성이 크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 이탈하면 북핵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진다.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이 몰고 올 한반도 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차이잉원#미국 중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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