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패 혐의로 中 권력서열 6위 왕치산 조사…외교 갈등 번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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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의 중국 고위층 채용 비리를 조사 중인 미국 사정당국이 중국 권력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반부패 드라이브의 사령탑이다. 부패사범을 잡아들이는 총책임자가 미국 당국으로부터 부패 혐의를 받게 된 것이어서 조사가 본격화되면 미-중 외교 갈등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9일 JP모건에 ‘소환장(subpoena)’을 보내 중국 고위 관료 35명과 관련된 이메일 등 모든 통신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왕 서기의 이름을 명단의 가장 위에 올렸다. 미 법무부도 왕 서기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 당국은 그동안 JP모건 등 글로벌투자은행들이 중국 고위층의 자녀나 친척을 채용해주고 특혜를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JP모건은 2006년부터 비공개적으로 ‘아들과 딸’이라는 중국 고위층 자녀 고용 프로그램을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EC의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JP모건 측이 어떤 자료를 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SJ는 미 사정당국이 왕 서기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증거자료 확보에 나섬에 따라 남중국해 문제로 마찰이 커진 양국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SEC가 왕 서기의 이름을 지목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왕 서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비위 혐의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반부패 기구를 이끌고 있는 왕 서기가 어떤 ‘부적절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왕 서기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반부패 사정을 벌일 수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미국 사정당국이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왕 서기는 올해 초 “앞으로 수개월 내로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시 왕 서기의 방미 목적은 ‘여우사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우사냥은 국외로 도피해 재산을 은닉한 부패 관료를 잡아들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미국에 약 150여 명의 부패사범들이 도피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도 포함돼 있다. 일부 매체는 링완청이 형을 석방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와 지도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EC의 조사 대상에는 왕 서기 외에도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무장, 궈성쿤 (郭聲琨) 공안부장, 판공성(潘功勝) 런민(人民)은행 부행장 등 현직 장차관급 관리들이 포함됐다. 재정부 상무부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6개 기관도 이름을 올렸다. FT는 이와 관련해 2008년 ‘JP모건 차이나’의 팡팡(方方) 중국 사무소장이 아시아 지역 책임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가오 부부장이 자신의 아들이 H1-B(전문직 취업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JP모건에서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오랫동안 설명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JP모건을 돕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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