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급성장은 새로운 기회… 소재부품 경쟁력 집중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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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수출코리아]<5·끝> 위기 극복위한 과제
中의존 낮추는 다각화 서두르고… 韓流 등 브랜드가치 차별화 필요
투자 막는 정치리더십 회복도 절실

모바일 부품업체인 크루셜텍은 최근 삼성전기 출신의 임원을 영입하고 신규 인력 채용도 확대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지문인식 기능이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기존의 스마트폰 업체뿐 아니라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인 ‘어센드 메이트7’에도 공급되면서 사업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이 발표되면서 차이나 쇼크가 현실화됐지만 스마트폰 부품소재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 환율 안정과 내수시장 확대

최근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표선수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데다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로 무장한 일본 기업에 비해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을 위주로 위기감이 증폭되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기업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건 장기간이 필요하지만 단기 경쟁력을 결정하는 건 환율”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위주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각화 노력도 절실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시장을 확대해 수출시장이 급속하게 나빠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내수시장 확대는 결국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전략도 필요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제조업체뿐 아니라 서비스 업종에서도 부가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유병규 자문위원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한류 같은 문화적 매력을 첨가해야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브랜드 가치의 재발견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해 한국 상품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오르면 환율 변동이나 비슷한 품질의 경쟁 제품이 등장해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0만 원에 시장에서 팔리던 상품이 유명 브랜드로 성장하면 몇백만 원을 주고서도 없어서 못 사는 상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구개발(R&D) 분야의 육성을 통해 일본과 차별화된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산업군은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을 통해 수십 년간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TV나 모바일 기기 등 소비자가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지만 도레이 같은 소재부품 업체들이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것도 이런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유 자문위원은 “한국은 소재부품 분야에서 결국 일본 기업과 다시 한 번 승부를 내야 한다”며 “결국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분야를 접목하고 신소재 개발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회적 신뢰와 정치 리더십 회복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처방이 효과를 보려면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고 기업 투자가 살아나려면 사회적 신뢰와 함께 정치권의 리더십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전체 144개국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2014년 국가경쟁력평가’에서 한국의 정치인 신뢰는 112위, 규제 개선은 113위에 그쳤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기존 경제산업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각종 규제와 법안이 차곡차곡 쌓여 기업들의 신규투자와 신사업 진출 시도를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가로막은 결과다.

신 경제연구부문장은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니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호경 기자
#수출코리아#급성장#소재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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