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시행하되 중앙서 감독” vs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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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中정부-시위대 ‘兩制’ 동상이몽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이번 홍콩 시위의 최대 쟁점은 2017년 행정장관(수반)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다.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중앙정부의 신임을 얻는 인사만이 홍콩 수반이 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에 홍콩 민주화 세력과 학생들은 사실상 ‘친중국 인사’들만 출마하도록 한 조치라며 철회를 요구하면서 도심 점거 시위로 맞서고 있다.

이런 충돌의 밑바닥에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지켜져온 통치 원칙인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이 깔려 있다. 중국 정부와 시위대 모두 일국양제 표현을 쓴다. 다만, 양측이 해석을 다르게 한다.

6월 중국 정부가 발간한 ‘홍콩 백서’는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양제’를 뚜렷이 보여준다. 백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특별행정구의 전면적인 관할권을 행사한다.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시행하지만 중앙이 감독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많은 홍콩인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는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항인치항(港人治港)’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7월 1일 홍콩 반환 17주년 기념일에는 5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백서 반대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중국과 홍콩이 ‘한 나라(일국)’라는 의식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이번 ‘시민 불복종’ 시위는 선거방식에 그치지 않고 홍콩과 중국의 관계 설정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자본의 습격으로 내 집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언론 자유도 위협당하자 중국과의 ‘일국화(一國化)’에 불안감을 품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홍콩#우산혁명#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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