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론 해방구’ 웨이보, 가파른 내리막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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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에 밀려 1년반새 이용자 3000만명 줄어
中검열당국 단속강화도 한몫… 양대 사업자 텅쉰 사업축소 결정

여론이 통제된 중국에서 그마나 자유롭게 의견을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가 사용자 감소와 정부의 단속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4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신랑왕(新浪網)과 함께 양대 웨이보 사업자인 텅쉰(騰迅·영어명 텐센트)은 웨이보 부문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의 직원들을 뉴스와 영상 공유 서비스인 웨이스(微視)로 이동 배치하고 웨이보는 기본 기능만 남길 예정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텅쉰이 웨이보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텅쉰이 이런 결정을 내린 직접적인 배경은 가입자 수 감소 때문이다. 웨이보는 2009년 8월 신랑왕이 처음 선보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차단된 중국에서 웨이보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텅쉰, 왕이(網易), 펑황(鳳凰) 등 다른 인터넷 사업자들도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웨이보 종류가 103개에 이를 정도였다.

2011년 원저우(溫州) 고속철 참사 소식을 외부에 처음 알리는 등 국가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는 글들이 웨이보를 통해 쏟아지면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보 습득의 필수경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웨이보에 지나치게 많은 광고 프로그램을 붙이는 등 사용자 편의보다는 영업에 관심을 두는 행태를 보인 데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위챗) 등이 등장하면서 가입자가 줄기 시작했다. 2012년 말 3억9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 2억8100만 명, 올해 6월 2억7000만 명으로 1년 반 만에 30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관리하겠다며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실제로 대형 블로거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누리꾼들이 여론의 해방구처럼 여겨졌던 웨이보를 피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유언비어가 500회 이상 재전송(리트윗)되면 최초 게재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공표한 뒤 첫 사법처리 대상으로 한 중학생을 잡아들였다. 또 팔로어가 1200만 명이었던 미국 국적의 쉐비췬(薛必群) 씨를 매춘 혐의로 구속하는 등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겨 왔던 웨이보 스타들을 대거 뿌리 뽑기 시작했다.

블로거 겸 작가 하오췬(학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에 “정부가 검열 시스템만으로는 부정적 여론을 걸러내지 못하자 블로거들을 체포하고 있다. 당국 조치로 웨이보에서 정치적 주장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웨이보#웨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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