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드릴로 고품질 철광석 캐내… 열흘이면 한국에 도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포스코가 투자한 濠로이힐광산 르포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사장(사진 오른쪽)이 13일 광산 현장에서 철광석 채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사장(사진 오른쪽)이 13일 광산 현장에서 철광석 채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3일 호주 서쪽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로이힐 철광석 광산. 이곳은 포스코가 지분 12.5%를 확보하고 있는 광산이다. 필바라 지역 뉴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가량 가니 광산이 나타났다. 광산 곳곳에는 지상에서 약 27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무인드릴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바퀴의 지름만 약 4m인 대형 트럭이 갓 파낸 철광석을 제련공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폭 7km 길이 27km의 거대한 광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색 철 분진이 옷에 묻어났다.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에 지분을 투자한 건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 때문이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2010년쯤 중국의 경제발전 등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2배가 넘게 뛰었고, 이를 이용해 주요 철강회사들이 가격 횡포를 부리자 철강 수급처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사상 최대 규모 액수인 14억9000만 호주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50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2.5%를 확보한 것이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 소장은 “로이힐 철강 품위는 세계 철광시장에서 표준(철분 함유량 62%)에 가까운 고품위”라며 “브라질 철광석도 품질이 좋은데 한국까지 운송하는 데 한 달 반이 걸린다. 하지만 서호주는 10∼12일 정도면 한국에 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채굴한 철광석은 분쇄 공정을 거쳐 컨베이어로 야적장에 옮겨져 산 모양으로 쌓인다. 필바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채굴한 철광석은 분쇄 공정을 거쳐 컨베이어로 야적장에 옮겨져 산 모양으로 쌓인다. 필바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로이힐과 포스코는 로이힐 광산에 약 23억 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5년 동안 파낼 수 있는 양이다. 로이힐은 현재 연간 55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로이힐표 철광석을 광양제철소로 수급해 온 이후, 로이힐에서 연간 1400만 t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 연간 철강석 소비량의 약 24%에 달하는 양이다.

포스코가 로이힐 프로젝트에 투자할 당시 내부에서는 찬반 여론이 나뉘었다.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였을 뿐 아니라 투자금 회수와 안정적인 철광석 수급이 가능할지 누구 하나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이힐홀딩스 배리 피츠제럴드 사장에게 이러한 우려가 있는지 아느냐고 묻자 그는 “포스코의 로이힐 투자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난해엔 3억3000만 호주달러(약 2700억 원), 올해는 6월까지 5억5800만 달러(약 45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과 파이낸싱을 한 금융기관들이 정기적으로 회사 재정과 생산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힐 광산은 호주 내에서 첨단 기술과 장비, 낮은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힐 광산에는 총 9대의 무인드릴이 있다. 사람이 직접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파낼 곳만 입력해주면 드릴이 알아서 철광석을 캐낸다. 로이힐은 땅속을 수백 m 파내려가지 않고도 지면에서 몇십 m만 내려가면 철광석이 나오는 노천광산이기에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지름 약 22.5cm의 드릴이 5분당 약 10m씩 파고 내려간다. 실제 가서 보니 1개 무인드릴은 평균 2, 3일 동안 약 1200개의 구멍을 내어 철광석을 파내고 있었다. 피츠제럴드 사장은 “광산 안에서 트럭을 몇 대 써야 하는지, 철광석을 어느 동선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지까지 분석해 최적화된 공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다른 광산의 80∼90% 정도여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 추출된 철광석은 운반용 기차에 실려 344km 떨어진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옮겨진다. 열차는 총 236량으로, 길이만 약 2.5km에 달한다.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가 무게와 환경 등을 고려해 속도를 계산하며 운행하고 있었다. 항만에 도착한 뒤에도 마지막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 이동 중에 품질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 사장은 “최근엔 공정 중에 버려지는 철광석을 재사용해서 제품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데, 약 400만 t의 철광석이 다시 제품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필바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포스코가 투자#로이힐광산 르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