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인권탄압국 선출한 건 선거제 조롱”…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국제사회가 인정한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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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이사국 선출 놓고 설전

‘유엔 가입국의 인권 실태 점검 및 관리’라는 역할에 걸맞지 않은 국가를 이사국으로 선출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민 4000명 이상을 재판 없이 사살했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필리핀이 12일 유엔총회에서 새로운 인권이사회 이사국 중 하나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UNHRC의 고위 관계자는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필리핀에 3년간의 이사국 임기를 주는 것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의 마약범 탄압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그를 비난하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부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엔 담당 이사 루이 샤르보노도 “선거라는 제도를 조롱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량학살을 저지르는 등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를 이사국으로 선출한다는 이유로 6월 UNHRC 탈퇴를 발표한 미국도 ‘그것 봐라’라는 태도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투표 결과는 미국이 왜 여기서 탈퇴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마약과의 전쟁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법률고문은 “불법 마약 거래와 부패, 범죄에 대항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운동이 생존권과 자유,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는 것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앨런 피터 카예타노 외교장관도 “가짜뉴스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선출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필리핀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일축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유엔인권이사국 선출#필리핀 인권탄압국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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