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지진·쓰나미, 피해 키운건…‘대응체계 미비’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일 0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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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좁은 만으로 물 모이며 쓰나미 유발
인니 기상당국 쓰나미 경보 해제 후 ‘3m 쓰나미’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로 사망자가 800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길고 좁은 지형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쓰나미 탐지·경고 시스템 미비가 사망자 수를 높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AP통신과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저녁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로 1일 현재까지 최소 832명이 사망했다. 최대 20피트(약 6m)에 달하는 파도가 술라웨시섬 팔루 시(市)를 덮치면서 건물이 무너지고 가옥이 쓸러내려가는 등 섬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특히 강진 피해가 가장 컸던 동갈라의 경우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희생자 수가 수천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방지청 수토포 누그로호 대변인은 “시신들이 해변 지역을 따라 발견되고 있다는 보고를 많이 받았다. 많은 시신들이 여전히 잔해 속에 있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팔루가 길이 10km, 폭 2km의 좁은 만 끝 부분에 위치해 쓰나미가 부딪쳤을 때 위력을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3m 정도였지만 높은 지역에서는 6m까지 쏟아졌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과학자들은 팔루에 쓰나미가 발생한 것 자체가 놀랍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구 물리학자인 제인슨 패튼 훔볼트주립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에 위치한 술라웨시 섬에서 쓰나미가 일어난 것은 의외”라며 “강진이 반드시 이번처럼 파괴적인 쓰나미를 만들어내진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은 수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쓰나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이번엔 좁은 만 끝으로 바닷물이 전부 모이면서 파도의 위력을 키웠다”고 패튼 교수는 분석했다.

쓰나미 경보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아 사망자가 늘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지진 발생 후 쓰나미 경보를 내렸지만 불과 34분 만에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보가 해제된 뒤 3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밀려왔다. 이에 따라 쓰나미 경보만 제대로 내려졌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팔루 인근에 조류 관측 설비가 없어서 다른 데이터 등을 분석해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루이즈 컴포트 피츠버그대 교수는 “인도네시아에 지진해일 탐지용 22개 센서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거나 지진으로 파괴되면서 대응 체계가 무너진 상태”고 지적했다.

1만7000개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에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 2014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 섬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은 12개국에서 약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난 8월에도 룸복 섬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500명 넘게 사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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