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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늘리자” vs “죽도록 일만?”, 세계는 지금 연금개혁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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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늘리자” vs “죽도록 일만?”, 세계는 지금 연금개혁 줄다리기

동정민 특파원 , 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 입력 2018-09-07 03:00수정 2018-09-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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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들 “연금수령 늦춰 고갈 예방”
日 정년 70세, 獨-佛 등 67세 추진… 호주는 국민 반발에 70세案 포기
은퇴 연령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들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20일)를 앞두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65세까지로 돼 있는 고용 지속 연령을 더 올려 평생 현역시대를 열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5일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려는 안을 4년 만에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요국 정부들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정년을 최대한 늦추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정년이 늘어나면 연금 수급 시기도 늦춰져 연금 기금 고갈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고령자들이 일을 할수록 구매력이 유지되고 세수가 늘어난다. 건강한 고령자를 늘리면 의료보장 등 복지 부담도 줄어든다.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반기는 국민도 있지만 “정부가 세금 아끼려고 일 시킨다”는 국민의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정년은 남자 64.3세, 여자 63.7세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정년을 66∼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이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은 70세 정년을 추진하려는 것에는 일손 확보 목적도 있다. 2040년에 생산연령인구가 6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고령자들도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부터 고령자 채용에 적극적인 기업을 지원하면서 내년 이후에 법 개정을 통해 고용 지속 연령을 서서히 70세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고령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고령자 인건비가 부담일 뿐 아니라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그만큼 청년 고용이나 임금 인상도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 佛 “남편 사망후 아내에 연금 승계制 없앨것” ▼

고령자 복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서방 선진국들은 고민이 더 깊다. 은퇴 이후 여유로운 삶을 꿈꾸던 국민들은 정부의 정년 연장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호주가 최근 ‘2035년까지 정년을 70세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포기한 것도 국민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토니 애벗 총리는 “국방 예산보다 연금 예산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2025년 7월부터 10년 동안 70세까지 정년을 올리는 방안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이후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표류해 ‘좀비안’으로 불리며 사회 갈등만 키워 왔다.

지지율 80%를 자랑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정년 연장 개혁안 발표 하나로 지지율이 60%대로 주저앉았다. 결국 63세까지 올리려던 여성 정년을 60세로 낮추며 후퇴했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평균 수명이 66세인 러시아 남성들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정부 계획에 대해 “죽을 때까지 일하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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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 대선 때에도 정년 연장이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62세인 정년을 손대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인 연금 개혁안에 정년 연장이 포함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년 연장은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영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그동안 여성의 은퇴 연령이 남성보다 낮았던 나라 대부분이 이를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성들은 대체로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높지만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은퇴 연령이 낮았다. 남편이 죽을 경우 남은 연금 혜택을 배우자에게 받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는 남편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연금 혜택을 아내가 이어받는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금을 낸 만큼 돌려주겠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 경우 400만 명이 혜택을 잃게 되는데 그 피해자의 89%가 여성이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
#연금개혁#연금수령#고갈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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