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소년’ 무사귀환 일등공신 ‘무빠’ 축구팀 코치, 태국 국적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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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적 없었던 에까뽄 코치와 세 소년들 국적 부여 절차 시작
“우리 홈구장 찾아와라” 맨유 초대에도 응하지 못해
아둘 삼온은 외국어 실력으로 구조대와 소년들 통역에 큰 도움
구조 현장 지휘했던 나롱싹 전 지사 “동굴에 재난 구조 박물관 만들 것”

‘태국 동굴소년’ 무사귀환의 일등공신 에까뽄 찬따웡(25) 유소년 축구팀 보조코치가 정식으로 태국 국적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치와 함께 고립됐던 소년 12명 중 태국 국적이 없었던 3명에게도 국적이 주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맷돼지)’의 난민인 에까뽄 코치와 역시 태국 국적이 없는 소년 아둘 삼온(14), 마크, 티에게 정식 국적을 주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무빠의 설립자 놉빠랏 칸타봉은 AFP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국적을 갖는 것이 소년들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놉빠랏에 따르면 태국 국적이 없는 이들은 여권이 없어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초대에도 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일 소년들이 무사히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돌아온 무빠와 구조대를 올드 트래포드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드 트래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무빠’의 무사 귀환에는 이들 난민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에까뽄 코치는 동굴에 갇힌 순간부터 소년들에게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며 17일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명상을 하게 해 체력을 아끼고 소년들이 가져온 과자를 나눠 먹게 해 건강을 지켜줬다.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법한 소년들이 별다른 사고 없이 발견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에까뽄 코치의 노력이 컸다.

태국 국적이 없는 소년 중 한 명인 아둘 삼온의 공도 작지 않았다. 미얀마 출신으로 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버마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아둘은 구조대원과 축구팀원들 사이의 소통에 큰 도움을 줬다. 아둘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인 푸나윗 텝수린은 “무국적이라는 그의 배경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태국에 사는 난민은 약 48만 명이다. 특히 동굴이 있는 매사이 지역은 상당수의 소수족 출신 무국적자들이 살고 있다. 엑까뽄 코치도 ‘타이루(Tai Lue)’로 알려진 동남아시아의 소수족 출신으로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왔다. 태국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의 관계자는 “동굴에 고립됐던 소년들의 사연이 태국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 동굴에 오랫동안 남겨질 전망이다. 구조현장을 지휘했던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11일 이 동굴을 “박물관이자 관광지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롱싹 전 지사는 “이번 구조에서 얻은 교훈은 세계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이미 구조 장비를 모두 모았고, 구조 활동에 눈부신 기여를 한 잠수사들의 명단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에 참여했던 다국적 구조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재난 구조의 모범답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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