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호에 차량 35대 투입… 리셴룽 총리 경호때보다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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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싱가포르 도착]싱가포르 당국, 특급경호 펼쳐

경호는 빈틈이 없었고, 관심은 뜨거웠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싱가포르 시내는 주말부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6시간 간격으로 나란히 도착한 10일(현지 시간)에는 이른 오전부터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철제 가림막으로 대로 주변을 둘러싸면서 현지 당국의 빈틈없는 경호가 펼쳐졌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과 달리 경호가 다소 느슨했던 두 정상의 숙소 세인트레지스 호텔(김정은)과 샹그릴라 호텔(트럼프)도 전날부터 요새로 탈바꿈했다. 호텔 정문을 향한 차로 양옆으로 높이 75cm의 콘크리트 블록을 연이어 쌓아 장벽을 만든 것. 인도 쪽에도 주의 표지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사선 비닐을 씌운 블록을 2층으로 쌓았다.

특히 김정은을 위한 ‘특급 경호’가 압권이었다.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그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한 듯 전날부터 대형 가림막을 내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외부에는 성인 남성 허리춤까지 오는 화분도 빙 둘러 쌓았다. 호텔 안팎으로 북한 경호원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졸였다. 호텔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한 김정은이 스위트룸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재가동돼 발이 묶였던 투숙객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정도였다.

싱가포르가 준비한 ‘국빈 수준의 환대’는 남달랐다. 이날 김정은에게 제공된 싱가포르 경호차량은 모터사이클을 포함해 모두 35대가량으로 싱가포르 정상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경호차량보다 많았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실상 첫 해외 방문에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이 경호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소지한 싱가포르 군인들의 엄호를 받으며 기지를 빠져나가 호텔로 이동했다. 대낮에 시민들의 카메라 세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김정은 일행보다는 조용한 입국 풍경이었다.

두 호텔 모두 임시 검문소는 물론이고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갑자기 돌진한 차량들을 방지할 바리케이드도 설치됐다. 사복경찰은 물론이고 구르카 용병들까지 배치돼 호텔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몸과 짐 수색을 철저히 받아야 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기자가 몰려든 가운데 북한 관련 주요 장소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9일 오후 싱가포르 노스브리지가 1번지 하이스트리트센터에 자리한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찾은 기자는 5분도 안 돼 부리나케 올라온 경비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비 곤익키안 씨는 “대사관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왔다. 최근 복도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달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대사관 직원이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기자들이 오면 잡고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시민들도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바짝 달아올라 있다.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식당 종업원은 “역사적인 회담을 개최해 영광”이라며 “요즘 하루하루 뉴스를 꼭 챙겨 본다”고 전했다. 10일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기자의 국적을 물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오기로 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예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외부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아주 많았다. 기자가 탄 한 택시의 운전사는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을 죽인 사람 아니냐”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김정은은) 분명 무섭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김정은 경호#차량 35대 투입#리셴룽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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