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그랩’과 손잡고 ‘車공유’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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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장 75% 점유 세계 3위
수백억 투자… 시장 공략 발판 삼아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과 손잡고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도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경쟁 업체들도 이미 차량공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내 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아니라 ‘공유 차량’을 함께 쓰는 시대가 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1일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그랩(Grab·사진)에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투자금액은 수백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설립된 현대차 전략기술본부가 담당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우버(Uber)’로 불린다. 현재 동남아 8개 국가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남아 차량공유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그랩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록된 공유차량을 호출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등록된 운전자만 230만 명, 매일 평균 운행 건수는 350만 건에 달한다. 차량공유 분야에서는 중국의 디디, 미국의 우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용자 수 기준)다. 안토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는 “그랩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현대차가 함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차량공유 분야에 나선 이유는 동남아 시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확대하고 4차 산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재 동남아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운전자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배경이다. 동남아 운전자의 운전 패턴, 주요 운행지역, 차량운전 습관, 도로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또 현지에 최적화된 전략차종을 출시할 수도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석 중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동남아 시장 공략을 거듭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지만 확실한 전략만 있다면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기적으로 현대차는 자사 친환경차인 ‘아이오닉’ 전용 차량공유 서비스 구축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협력 방안 중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대량 공급해 아이오닉에 최적화된 전용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변종국 기자
#현대자동차#동남아#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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