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우영]싱가포르가 퍼스트 드래건이 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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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 마리 용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싱가포르
‘스킬스퓨처 운동’으로 학벌 엘리트주의 타파… 기술 교육 일상화 등 혁신-선도적 모델 구축
우리도 담대하고 근본적인 장기 국가 프로젝트 절실해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강소국(强小國)’이란 국가 모델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싱가포르 등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강한 국가들. 이들의 공통점은 독일과 같은 강대국 못지않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첨단기술을 지향하는 기술 강국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는 한때 아시아의 4룡(龍)으로 불렸던 한국을 비롯한 4개국 중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강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규모나 산업 구조는 다르지만 과거 식민지 경험이 있고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수출 주도의 경제 발전을 추구해온 공통점이 있는 아시아의 4룡. 그 성장의 여정 50여 년을 전후한 현 시점에서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 싱가포르가 8만5139달러, 한국은 3만6601달러로 격차가 커졌다. 싱가포르의 괄목할 만한 제조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감과 동시에 전통적 강점인 무역, 물류, 금융의 아시아 허브 전략을 강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와 교육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면서 선도적인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2016년 스위스 UBS은행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정도를 평가한 결과 싱가포르가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5위.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반영한 평가였다. 한때 ‘한강의 기적’으로 주목받았던 우리로서는 반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싱가포르의 일자리 혁신 핵심은 2015년부터 새로운 국가 어젠다로 추진 중인 ‘스킬스퓨처 운동(SkillsFuture Movement)’으로, 국민들에게 평생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모든 국민을 싱가포르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자는 계획이다. 특히 고도성장기 소수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고 숙련 개발과 평생학습을 향한 전 국민적 동기부여로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자는 국가철학까지 내포돼 있다. 이는 한국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산율,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지속적으로 아시아의 확고한 선두주자로 나아가기 위한 이니셔티브로 보인다.

학위에 연연하는 대신 직업기술 훈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 미래기술의 숙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일자리 양극화까지 완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교육부문을 둘로 분리해 응치멩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과 일반교육을 담당하고, 옹예궁 교육부 장관은 계속교육 훈련과 인력 양성 등 고등교육과 기술을 담당하도록 해서 스킬스퓨처의 실행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5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주기적으로 500싱가포르달러의 자기계발 보조금을 받는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융합해 더욱 발전시키도록 정부 인증 ‘스킬스퓨처 ELP’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학습 장려를 위한 상금 ‘스킬스퓨처 스터디 어워드’를 수여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교육 MOOC 플랫폼 코세라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기술 확산에 대응한 ‘스킬스퓨처 크레디트 과정’도 도입했다. 공정한 기회를 통한 평등에 초점을 두고 교육과 산업 정책을 아우르는 혁신적 투자다.

나아가 이해관계자 중심의 실무협의체 ‘스킬스퓨처 싱가포르(SSG)’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협업 시스템과 전담 정부조직도 신설했다. 이처럼 ‘스킬스퓨처’는 단순한 재정지원 제도나 훈련 프로그램이 아닌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미래지향적 국가 차원의 일자리 혁신 프로젝트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겪을 변화의 속도에 비하면 가장 느릴 것이다. 노동시장과 일자리 구조의 변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일자리 정책과 생애 전주기 교육훈련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 중심의 경제는 미래 기술을 향한 숙련 개발과 평생학습이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제때 연결시키는 일자리 안전 사다리로서, 모든 국민이 소득 안정성을 확보하고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불평등 해소와 사회이동 촉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에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해나가려면 일자리위원회나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와 같은 담대하면서도 장기적인 국가 프로젝트 도입이 절실하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강소국#국가 모델#싱가포르#퍼스트 드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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