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추진 대만, 대정전 사태에…“정책 실패” 비판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15시 49분


코멘트
대만에서 15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이후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피해 가구에 대한 배상 방침을 밝히며 여론 수습에 나섰지만 야당과 언론은 정전사태가 단순한 인재 사고가 아니라 성급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실패라며 비판했다.

대만 정부는 16일 피해를 입은 592만 가구에 대해 15일 3억6000만 대만달러(TWD·135억 720만 원)어치의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배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당국이 사전 경고 없이 전기공급을 중단했다며 단순한 사고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만 언론들은 “차이 총통의 비핵국가 목표가 황당무계한 말처럼 들린다. 비핵국가 목표가 점점 물거품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당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도) 전기부족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 진상 조사뿐 아니라 전기공급 정책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원의 조작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대만 언론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고보다는 전력 공급량 한계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 중문판은 대만전력공사 수치를 인용해 15일 사고 발생 2시간 50분전인 오후 2시경 대만의 최고 전기사용량이 이미 3645만2800kw에 달했고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때 대만 전력발전소의 공급 능력은 3761만kw로, 이미 전기 사용률 97%에 달해 일찌감치 전력공급의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로 400여 만 kw 전력 손실이 일어나 전력공급이 사용량보다 낮아지자 부랴부랴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잉원 정부는 이미 지난달부터 대만 전역에서 전기공급 부족사태인 ‘적색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오후 1~3시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력공급 부족이 2025년까지 비핵국가를 만들겠다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탈원전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BBC 중문판은 “차이잉원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인용한 뒤 “여당인 민진당의 비핵국가 정책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잘못된 에너지 정책은 국가를 불안하게 한다”는 국민당의 주장을 전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이번 사고로 탈원전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고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리의 결심을 더 단단하게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