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용호 ‘만찬장 외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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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외교장관 회의 폐막]말 거는 장관 없어 혼자 식사만… 케리 인사 다닐때 이용호 건너뛰기도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 환영 만찬에서 홀로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이 외무상은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화면 캡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 환영 만찬에서 홀로 와인을 마시고 있다. 이 외무상은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화면 캡처
‘외톨이 북한.’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만찬장에서 국제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북한의 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돈찬 팰리스 호텔에서 25일 열린 만찬 도중 각국 외교장관은 라오스 전통의상을 입은 편한 차림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통상 다자회의의 좌석 배치는 국가명 알파벳 순서나 재임기간 등 순서에 따른다. 이대로라면 ARF 회의에서 한국(ROK)은 러시아(Russia)와 나란히 앉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오른쪽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왼쪽에는 스리랑카 장관이 앉았다. 왜 좌석 배치가 바뀌었는지 주최 측의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지만, 이런 자리 배치 덕분에 한미 외교장관은 만찬 내내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 좌우로는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이 앉았다. 북-파키스탄은 핵개발을 같이 할 정도로 협력이 긴밀하지만 외교장관끼리 친분은 없는 듯 양국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 것에 그쳤다. 이 외무상은 말없이 혼자 음식을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정적 장면은 만찬 말미에 케리 장관이 각국 외교장관들과 인사를 나눌 때 나왔다. 케리 장관은 파푸아뉴기니 장관에게 인사한 후 이 외무상을 건너뛴 뒤 파키스탄 장관의 어깨를 치며 알은척을 했다. 좌우의 다른 사람에게만 인사하면서 이용호 외무상을 ‘투명인간’인 듯 취급해 북한을 무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외무상은 각국 장관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흥겨워할 때도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 채 지켜만 보다가 만찬이 시작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경 만찬장을 떠났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이용호#북한#arf#외무상#케리#만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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