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민주의회… 미얀마 수지시대 개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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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D 장악 새 의회 개원식… 3월말 대통령직 넘겨받으면
정부-의회 동시 장악 ‘군정종식’… 하원의장에 NLD 윈 민 의원 선출

“우리는 평화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71)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다수당을 차지한 새 의회가 1일 수도 네피도의 국회의사당에서 문을 열었다. 이로써 1962년 이후 55년간 지속된 미얀마의 군부 통치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CNN은 이날 개원식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하며 수지 여사와 그 지지자들이 이날을 26년간이나 기다려 왔다고 보도했다. 26년 전인 1990년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승리를 거뒀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바람에 집권하지 못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집권의 꿈’이 무산된 이듬해 수지 여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나 또다시 오랜 가택 연금 생활을 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총선 압승으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NLD 의원들은 개원식이 열리는 이날 취재진에게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의사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NLD의 우 민 우 하원의원은 “두 번째 당선이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 NLD는 명실상부한 다수당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군부가 아닌) 다양한 배경을 가졌고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지 여사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으나 말을 아꼈다. 이날 회의에서 NLD의 윈 민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상하원 전체 의석 664석 가운데 59%인 390석을 차지한 NLD는 앞으로 임기 5년간 미얀마 정치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NLD는 또 3월 말 퇴임하는 군부 출신의 테인 세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까지 넘겨받으면 정부와 의회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된다. 영국인과 결혼한 수지 여사는 외국 국적의 아들을 두고 있어 현행 헌법상 대통령이 될 수 없지만 ‘대통령 위의 지도자’라는 독특한 위상으로 미얀마를 통치할 계획이다.

수지 여사는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NLD의 창당 멤버인 틴 우(90), 수지 여사의 가택 연금 시절 주치의였던 틴 묘 윈(64)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수지 여사가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쥐게 됐으나 급격한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행 헌법이 전체 의석의 25%인 166석을 군부 몫으로 할당하고 있어 개헌이나 주요 입법은 여전히 군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군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수지 여사가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수지 여사가 미얀마 경제의 성장세를 계속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미얀마는 지난해 8.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정치분석가 초 린 우 씨는 블룸버그통신에 “NLD가 경제 목표나 계획을 발표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미얀마#군부정권#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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