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대학생들 “케이팝에 매혹돼 한글 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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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매장 한국제품 최고인기

이달 17일 오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한국어 학원. 10대에서부터 20대 대학생들 10여 명이 한국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대학생이라는 노 블루테 와 투 씨(여)는 “처음에는 한류 드라마와 음악을 들으면서 그냥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졸업 후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해 일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워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기자가 찾은 양곤 최고 번화가 쇼핑몰 ‘정션 스퀘어’에서는 스피커에서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1층 화장품 매장은 대부분 한국산 브랜드로 채워져 있었다. 여고생 레 와 셰는 소녀시대, EXO, 씨스타 등 아이돌 그룹 이름을 줄줄이 읊으며 한국 가요를 흥얼거렸다. 그는 “걸그룹 멤버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보이고 싶어 한국 화장품을 산다. 특히 립스틱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인야호수 남쪽 바한 지역은 주상복합건물 1층에 한국산 햄버거 가게, 닭갈비 식당 등이 있고 건너편에는 한국 식료품 공산품 마트 등이 있는 미니 코리아타운인데 마트에서 파는 떡볶이 순대 어묵이 인기 메뉴였다. 양곤 시내를 돌아보는 동안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라며 기자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계 사업가로 미얀마에서 관광업을 하고 있다는 미셀 리우 씨는 “지난해 ‘소녀시대’가 왔을 때에는 미얀마 연예인과 상류층들이 VIP석을 800달러까지 주고도 암표를 구하지 못해 안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한류’ 영향이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의식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한류가 퍼지면서 한국 역사를 많이 알게 됐고 1960년대 우리보다 못살던 나라가 민주화를 통해 크게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KOTRA 안재용 양곤 무역관장은 “미얀마가 특히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강점”이라며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3.5배인 데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중국과 인도, 태국과 접하고 있어 개발이 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동남아가 저임금을 강점으로 앞세운 생산기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미얀마의 경우 소비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는 ‘잠재적 소비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얀마의 6번째로 큰 해외 투자국이자 7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양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미얀마#케이팝#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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