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베트남 요충지 재진출… 뜨거운 남중국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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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기지 철수 12년만에 복귀… 조선소-호텔 건설 등 경협 시동
미-중 동시견제… 군사활용 포석도

러시아가 남중국해 전략 요충지로 꼽히는 베트남 깜라인 만(灣)에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깜라인 만이 속한 남중국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어서 앞으로 이곳에서 강대국들의 영향력 확대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베트남넷은 7일 러시아가 깜라인 지역에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업체와 베트남 해군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이 조선소에서는 앞으로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수리 등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조선소 외에도 깜라인 국제공항 주변에 5성급 호텔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호텔은 베트남-러시아 관리위원회가 공동 운영하며 군인들을 위한 휴양시설로 이용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2011년 베트남에 디젤 잠수함 6척을 판매하기로 하는 등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베트남에 인도될 이 잠수함은 ‘블랙홀’로 알려진 개량형 모델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디젤전기식 잠수함 가운데 하나다. 배수량 2300t, 최대 잠항 심도 350m이고 533mm 어뢰발사관 6개를 갖췄다. 이 잠수함들은 깜라인 만 기지를 모항(母港)으로 할 예정이다.

깜라인 만은 과거 강대국들이 모두 군사기지로 활용할 정도로 지정학적 이점이 뛰어난 곳이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 통치하던 프랑스가 해군기지로 이용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말레이시아 침공을 노리던 일본이 이곳에 전략기지를 세웠다. 베트남 전쟁 때도 미군이 군항으로 운용했으며 이후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기지를 두고 23년 동안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러시아 함대는 기지 사용계약이 종료된 2002년 5월 모든 시설을 베트남 정부에 넘기고 철수했다.

러시아가 깜라인 만 복귀에 노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경제 지원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군사적 활용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깜라인 만은 중국의 아시아 팽창 전략과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역시 베트남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에 고속 초계정 5척 등 모두 1800만 달러(약 193억 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또 남중국해와 접해 있는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영유권 수호를 돕는 차원에서 2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하나라고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오일루트’ 확보 차원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주변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원유의 90%를 들여오는 수송로인 남중국해를 중국이 ‘장악’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러시아#베트남#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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