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군 확보한 北김정은, ‘새로운 길’ 터 닦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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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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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방안 논의하며 美압박…여전히 협상 의지 밝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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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첫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포스트 하노이 전략인 ‘새로운 길’의 터를 닦았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전날(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5시간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후 26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평양으로 귀환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러시아와 가스송유관 사업,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체류 문제 등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더 강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의 윤곽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하노이 회담의 결렬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외교 행보를 보좌하며 비핵화 협상을 지휘해 온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을 전격 교체하며 비핵화 협상팀의 전열도 새롭게 정비했다.

최근 북한이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의 명의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한 것도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미국 측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협상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러시아를 당사자로 끌어들이며 ‘대미압박’ 의도를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6자회담’과 ‘다자안보 협력체제’는 미국의 입장에선 받기 어려운 카드인데다 러시아의 우회적 지원은 비핵화 협상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길’에 6자회담 등 다자안보 협력체제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6자 회담이 외교차관급 회의체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상과 두 차례나 마주보고 회담을 가진 현재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을 언급했거나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서도 논의됐다는 사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으로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일부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향까지는 알 수 없지만, 소외되어 있던 러시아를 협상 판으로 끌어들이며 비핵화 협상 국면을 복잡하게 만들고, 러시아가 북한의 체제 보장을 언급하는 등 간접적 지원을 받는 성과를 거둔 김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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