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베네수엘라에서 ‘원조전쟁’…미 구호품은 반입 임박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1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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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미 구호품 강제반입은 군사적 침략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와 국경에 도착한 채 반입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구호품, 러시아에서 보내는 구호품 선박 등을 두고 연일 “원조전쟁”(aid wars)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AP통신과 러시아 국영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이 보낸 엄청난 분량의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이웃 콜롬비아 국경관문에 쌓아둔 채 반입을 금지해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미국이 강제로 구호품을 국경너머로 진입시키려는 것은 외국군의 군사개입을 명령하기 위한 구실이며 무모한 핑계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별도로 고가의 의약품 등 구호품을 해상으로 보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를 향한 구호품 반입 날짜인 23일의 “결전”을 앞두고 베네수엘에는 긴장이 감돌고 미-러 양쪽의 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양쪽 모두 베네수엘라에 구호품을 보내면서 이 문제에 전력 투입을 하고 있어, 남미 국가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선권 다툼이 재현되는 양상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대결에는 한 때 부유한 산유국이었다가 지금은 엄청난 수퍼 인플레이션과 광범위한 식량난, 의약품 부족 등으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운명이 걸려있다.

야당지도자인 후안 과이도가 지난 달 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하고 난 뒤, 마두로가 대선 당시 반대후보들 대부분을 연금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등 부정선거를 했기 때문에 재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미국 등 수 십개국이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이도는 23일 미국 원조품을 반입하기로 선언했지만, 러시아는 아직도 굳건하게 마두로와 그의 사회주의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국영통신과 언론들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보낸 의약품과 의료장비 지원품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한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들은 이 원조품의 분량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의 비호하에 수송된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마두로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 300톤의 의약품 등 구호품이 오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중부대학의 국제관계학교수 카를로스 로메로는 그러나 마두로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원조는 “워싱턴의 뒷 뜰에서” 베네수엘라를 향해 가해지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전력을 다한 압력의 강도에 비하면 “상징적인 지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양 대 강국이 베네수엘라를 두고 거의 충돌에 가까운 경쟁을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은 긴장을 풀기위한 협상에 나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과거에 베네수엘라의 야당 쪽 자문역이었던 로메로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운명이 외국의 손에 달려있다. 마치 같은 철 길 위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 게다가 매일 두 열차는 점점 더 속력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이도는 23일 수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을 동원해서 콜롬비아 국경너머로 미국의 원조품을 반입하는 “수송 작전”을 펴기로 선언했다. 이는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서 교량을 통해 베네수엘라로 물품을 반입하는데 일반인들의 수송대를 이용하는 작전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정부는 과이도가 결국 미군의 개입을 초래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려는 무모한 작전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 마리아 자카로바는 성명서를 발표, “그들이 진정으로 어려운 국민에게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전달하는 목적만 가지고 있다면, 왜 그런 수송의 오랜 경험과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유엔의 전문기구를 이용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20일 트럼프정부의 베네수엘라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에 베네수엘라 군인들을 향해서 마두로에 대한 지지를 그만두도록 연설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는 이는 유엔헌장이 금지하고 있는 “독립국가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며 베네수엘라 국민이 미국 정부의 그런 말을 듣는다면 외교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이성이 지배하기를 희망할 뿐”이라면서, 베네수엘라 야당이 마두로와 대화에 나서서 이번 위기를 해결해야하며 미군의 간섭이나 개입을 절대로 막아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남미연구소의 드미트리 로젠탈 소장은,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도 마두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굳게 유지하겠지만 정면 충돌을 우려해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 지원까지도 하겠지만, 현 정부는 러시아의 이익보다 베네수엘라의 이익을 더 우위에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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