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학생들, 펀드의 제왕 기부 반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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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츠먼, AI단과대 설립 지원
학생들 “인권 유린 사우디와 사업”… 학교측 “학문-정치 별개” 강행 방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사모펀드의 제왕’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지원하는 인공지능(AI) 단과대 설립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그가 인권 유린 논란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IT 재학생 졸업생 교수 등 20명은 최근 교지 ‘테크(Tech)’에 실린 글을 통해 “대학 당국은 ‘슈워츠먼 컴퓨팅 단과대’ 설립 계획을 취소하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설립 축하 행사 연사로 초청하는 일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MIT 학생들에게 “26∼28일 열리는 단과대 설립 축하 행사를 보이콧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슈워츠먼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저소득층 임대주택 사업에 관한 주민투표가 이뤄졌을 때 슈워츠먼이 이를 반대하는 로비를 펼쳤다는 점도 문제 삼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베트남전 당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불법 폭격을 가하는 명령을 내려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등 전쟁을 끝내기보다 확전시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틴 슈밋 MIT 교무처장은 “학문이 정치에 얽매여선 안 된다. 슈워츠먼 단과대는 AI 연구를 주도할 역사적 순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설립 강행 의지를 밝혔다.

억만장자 자선가 슈워츠먼은 지난해 MIT 측에 자신의 이름을 딴 AI 관련 단과대를 만들어 달라며 3억5000만 달러(약 3900억 원)를 기부했다. 자신의 모교 예일대를 비롯해 뉴욕 공립도서관, 중국 칭화대 등도 지원한 바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mit#슈워츠먼 기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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