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협상가’ 비건 vs ‘잔뼈굵은 대미 전문가’ 최선희…협상 스타일 관심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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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車’ 출신 비건, 다양한 협상 경험·유연한 태도
‘정통 엘리트 실세’ 최선희, 강한 언행으로 유명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News1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News1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 11일 성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실무협의를 마친 후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8.6.11/뉴스1 © News1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 11일 성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와 실무협의를 마친 후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8.6.11/뉴스1 © News1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웨덴에서 사실상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협상 스타일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19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 북부 말라렌 호수 인근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에서 22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실무회담을 시작했다. 우리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본부장도 18일부터 스톡홀롬에 북미 양측을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협상에서 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건 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과 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은 지난해 8월 임명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북미가 6··12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교착 상태에 빠졌던 8월 말 당시 전임 조셉 윤 퇴임 이래 근 6개월간 공석이었던 대북정책대표에 임명되며 비핵화 협상에 전격 등장했다. 그런만큼 당시 그의 임명은 북한과 장기전에 대비한 ‘포석’ 혹은 ‘구원투수’의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그간 실무협상을 꺼렸던 것도 오랜 기간 막후 대북채널의 역할을 해온 미 중앙정보국(CIA)의 수장출신인 폼페이오 장관에 비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적으면서도 기업과 의회, 행정부 등에서 다양한 협상을 이끈 경력을 지닌 비건 대표와의 협의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실제 한미 외교가에서는 비건 대표에 대해 “노련한 협상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대북 특별대표를 맡기 직전까지 14년동안 미 포드자동차의 국제 담당 부회장으로 지내면서 대관 업무를 봤다.

또 기업으로 옮기기 전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참모를 맡았고, 그 이전에는 미 상·하원에서 의원 보좌관 등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정통 외교관 출신은 아니지만, 2차 북핵 위기가 터졌던 2002년 당시 백악관에서 관련 사안을 조율했고,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의회 소속으로 이에 관여해 북한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협상의 중재역을 맡고 있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비건 대표가 임명된 뒤 협상에 숨통이 트이는 등 그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비건 대표는 합리적이고 협상하면서도 전혀 엉뚱하거나 자기들 주장마 하지 않는다”며 “우리 입장에서 그의 존재는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은 1990년대 말부터 북·미 회담과 6자 회담 등 주요 협상에서 통역을 전담해온 정통 엘리트 외교관 출신이다.

최영림 전 북한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아버지의 후광에 따라 북한 내 실세로 알려진 그는 2010년 말부터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 등을 지내며 대미 외교 전면에서 활약해왔다. 그런만큼 핵 문제 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미국과 각종 현안에서 미측의 이해관계와 북측의 입장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과거 6자회담 당시 협상장에서 과격한 언행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앞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약 3주 앞두고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번복 사태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로 지칭한 최 부상의 담화가 발단이 된 바 있다.

최 부상은 1차 회담까지는 당시 판문점에서 성 김 주필리핀미국 대사와 실무협상을 이끌며 역할을 해 왔으나 이후에는 대미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아왔다. 비건 대표와 첫 대면 가능성에 시선이 쏠렸던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에도 최 부상은 러시아를 방문하며 자리를 비운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개인적 협상 스타일이나 경력은 이번 스웨덴 실무협상에서는 사실상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이 양측간 첫 대면인만큼 서로의 입장을 듣고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은 관료들의 행동 범위와 성격 등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관료는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자율성과 유연성을 갖고 있지만 북한은 관료에게 자율성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최고지도자의 지령을 받아 지시에 따를 뿐”이라며 “개인의 스타일보다는 이같은 정부 시스템과 이번 회담이 실질적 실무협상이 될 지 양측간 의사소통에 그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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