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욱일기 연상 벽화 제거 보류…케네디家도 “반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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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 공립학교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벽화 제거작업이 일시 보류됐다.

당초 LA 통합교육구가 한인사회의 항의로 다음 달 방학기간 중 벽화를 제거하기로 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LA 통합교육구는 이날 “많은 반향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거 계획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해당 벽화는 LA 한인타운에 있는 공립학교 ‘로버트 F. 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것으로, 2016년 학교 벽화 축제 때 화가 뷰 스탠튼(32)이 그린 것이다.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 햇살 문양이 사람과 야자나무 주변을 뻗어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스탠튼은 벽화에 그려진 것은 미국의 유명 여배우인 고(故) 애바 가드너로, 햇살 문양은 욱일기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LA 한인사회는 지난달 LA 통합교육구에 서면을 통해 작가의 의도는 알지만, 이 벽화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고 항의했다. 이에 교육구는 학교 겨울방학 기간인 내달 중 벽화 위에에 새 벽화를 그려넣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벽화 작가뿐 아니라 검열에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더해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전 법무장관인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자녀들로부터 벽화 제거에 반대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벽화가 그려진 학교는 케네디 전 의원이 암살됐던 LA앰배서더 호텔 부지에 건립되면서 ‘로버트 케네디 커뮤니티 스쿨’로 명명됐다.

케네디 전 의원의 아들이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맥스와 주니어는 지난 16일 LA 통합교육구 및 학교 측에 서한을 보내 벽화 제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며, 자신들의 의견은 아버지 뿐 아니라 큰아버지인 케네디 전 대통령을 대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 아버지는 문화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호의적이지만, 미국 민주주의의 기반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라며 “미국인들이 관용과 다양성을 맹렬히 지지해온 만큼 우리 아버지와 큰아버지(케네디 전 대통령)는 검열을 혐오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정치적 아젠다를 위해 예술작품을 파괴한 사람들을 최악의 악당이라고 본다”며 “이번 벽화 제거 계획에는 비이성적이고 비난받을 소지 마땅한 것이 너무 많아, 바보 같은 결점을 열거하는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다”라고도 했다.

그래피티 예술가로 유명한 셰퍼드 페어리도 벽화 제거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이 벽화를 제거하면, 이 학교에 자신이 그린 케네디 초상화도 지워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당 학교의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벽화 작가인 스탠튼은 17일 변호인을 통해 만일 벽화를 제거하면 LA통합교육구를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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