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합의 다음날… 美 “모든 국가, 비핵화 책임감 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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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유엔제재 완전한 이행 기대”… FT “남북, 美 제재유지에 저항”
한국정부, 철도-도로사업 美 설득… 일각 “트럼프정부도 반대명분 약해”
비건, 주내 러-佛-벨기에 방문… 美국무부 “北과 회담 일정은 없어”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갖기로 합의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한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일부 외신은 이번 합의를 놓고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고수 방침에 저항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5일(현지 시간)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 내용과 관련한 본보 질의에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된 분야별 제품들을 포함해 유엔 제재들을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국무부는 남북관계 진전 소식이 있을 때마다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원론적 논평을 내놨지만 이번엔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북이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합의함으로써 미국에 저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계속 추구하면서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뒤 나온 합의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의 화를 돋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조야에선 한국에 대한 제재까지 거론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유엔 결의와 미국법을 위반하는 동맹을 제재?”라고 반문한 뒤 “문재인 정부는 고의적이고 기꺼이 미국을 어려운 위치로 몰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적으론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 사업 추진에 대해 반대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8월 북한과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조사를 추진했지만 유엔사 반대로 무산된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북한과의 합의 전부터 미국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8월 경의선 조사 때는 미국에 대한 사전 설명이 늦었고, 기술적인 문제까지 겹쳐 유엔사의 반대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사전 조율을 해와 미국의 반대 없이 남북 합의 사항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한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관계 개선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고 한국 정부를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미 정부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약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관계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연필 한 자루 반입까지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번 주에 러시아와 프랑스 벨기에를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이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해 노력해 가는 과정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동맹과 파트너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며 “이 시점에 발표할 북한과의 회담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남북 철도#도로합의 다음날#모든 국가 비핵화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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