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빨리 배워 할머니와 대화하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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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다문화가정 자녀들 베이징서 첫 한국어 교육 캠프
2주간 수업에 배움 열기 후끈

중국 베이징 진화국제학교에서 열린 한중 다문화가정 대상 한국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뒷줄 오른쪽은 이 캠프를 주최한 중국한국인회의 박제영 다문화 특위위원장이고,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는 홍경미 진화국제학교 이사장이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중국 베이징 진화국제학교에서 열린 한중 다문화가정 대상 한국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뒷줄 오른쪽은 이 캠프를 주최한 중국한국인회의 박제영 다문화 특위위원장이고,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는 홍경미 진화국제학교 이사장이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다음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써볼게요.”

9일 중국 베이징 순이(順義)구에 위치한 진화국제학교의 한 교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쌍둥이 형제인 공현후, 명후 군(11)의 조그마한 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비뚤배뚤하지만 정확하게 한 글자씩 써내려갔다. 교실 뒤편에 앉은 아버지 공성호 씨(45)는 흐뭇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2000년 중국에 와 현재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공 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에 걸쳐 진행된 ‘한중 다문화가정 한국어 집중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두 아들과 함께 베이징에 왔다. 2006년 중국 여성과 결혼한 공 씨의 두 아들은 중국과 한국 국적을 모두 가진 한중 다문화가정 2세들이다. 공 씨는 두 아들에게 한국어를 익히게 해주고 싶었지만 소도시에선 한국어를 배울 만한 시설이나 교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현후 명후 형제는 하루 6시간, 총 10일간 진행된 이번 캠프를 통해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수업을 마친 뒤 현후 군은 “얼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중국한국인회(회장 이숙순)가 주최하고 재외동포재단, 베이징 진화국제학교가 후원한 이번 캠프는 한중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처음 열린 한국어 교육캠프다. 다문화가정 2세뿐 아니라 외국인 배우자들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캠프에는 7가정, 20명(자녀 9명, 학부모 11명)이 참여했다.

한중 부부는 우리나라 국제결혼 부부 중 비율이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9년간(2009∼2017년) 한국인과 중국인 혼인 건수는 7만6240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국제 혼인 건수 23만7601건의 32.1%에 달한다. 이번 캠프를 후원한 홍경미 베이징 진화국제학교 이사장(55·여)은 “2세들이 한국어를 배울 환경이 마땅치 않아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다문화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내 한인단체들은 한중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교육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한국인회는 한중 다문화가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국 주요 도시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1월엔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 처음으로 한중 다문화가정을 위한 ‘어머니 한글교실’도 만들었다. 박제영 중국한국인회 다문화 특위위원장(56)은 “아이와 부모 모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2세를 위한 한국어 교육이 가능하다”며 “이들이 한중 관계를 연결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한중 다문화가정#한국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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