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비핵화 목표지만 핵 지식은 보존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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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방문중… 핵능력 여지 발언, “경제개발 위해 한국과 계속 협상”

리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이란을 방문 중이던 9일(현지 시간) “우리는 미국과 협상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핵 지식을 보존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란 매체들이 9일 전했다. 북한 최고위층이 “핵 지식은 보존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9일 테헤란에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주요 목표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려면 미국이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북한이 향후 핵 폐기에 있어 하드웨어에 포함되는 핵무기와 관련 생산 설비 등은 폐기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핵 인력과 자료는 보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경우 언제든 다시 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능력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불가역적(Irreversible)의 의미를 담고 있는 ‘I’는 빼고 ‘CVD’까지만 동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이 이란에 대한 미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 조치가 시작된 첫날인 7일 이란을 방문해 이런 발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문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리 외무상은 남북 경협에 대해선 좋은 관계에 방점을 뒀다. 그는 “우리의 새로운 정책인 경제개발을 위해 안보를 확보해야 하고 이 안보의 한 요소가 남조선과 좋은 관계다”라며 “이를 위해 계속 협상을 하겠다. 남북 사이에 곧 도로와 철도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9일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 등 대북 강경파들과 분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리용호#비핵화 목표#핵 지식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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